03월 26일(수)

제주 3월 기온 30도 육박…이른 더위에 봄옷도 꺼내기 전 폭염 수준

제주도
(사진출처-픽사베이)

3월 하순, 봄기운이 완연해야 할 시기에 제주도는 마치 한여름을 연상케 하는 이상 고온 현상으로 뒤덮였다.

3월 25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20분 기준 제주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28.8도까지 치솟으며 1923년 기상 관측 이래 3월 기준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이는 종전 최고 기록인 2013년 3월 9일의 28.1도를 0.7도 상회하는 수치로, 기상관측 101년 역사에서 유례없는 이른 더위다.

제주 동부 지역인 성산지점 역시 이날 낮 최고기온이 26도를 기록했다.

이 역시 해당 지점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71년 이후 3월 기온으로는 가장 높은 수치로, 제주 동부 지역 전반에 걸쳐 이상 고온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구좌 지역에서는 30.3도를 기록하며 전국적으로도 드문 3월의 폭염 수준을 보였고, 김녕은 29.6도, 대흘은 28.3도, 와산은 28도, 성산수산은 28도, 외도는 27.1도, 송당은 27도, 우도는 26.9도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제주 전역이 3월임에도 불구하고 여름 날씨 못지않은 고온 상태였다는 점을 의미한다.

기상청은 이번 이례적인 고온 현상의 원인으로 ‘푄 현상’을 지목했다.

서남서풍이 한라산을 넘어 북부와 동부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공기가 고온·건조하게 변한 데다, 강한 햇볕까지 더해지면서 기온 상승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푄 현상은 산을 넘는 바람이 건조하고 따뜻한 성질로 바뀌며 기온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기상 현상으로, 통상 봄철 제주나 강원 영서 지역에서 가끔 발생하긴 하지만, 이번처럼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오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러한 기온 변화는 단순한 이상 고온을 넘어 건강과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상청은 26일까지 낮과 밤의 일교차가 10도 내외로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보하며 환절기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고령자, 어린이, 만성질환자 등 건강 취약계층은 급변하는 기온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체온 관리와 적절한 복장 조절이 필수적이다.

또한 제주 북부, 동부, 북부 중산간, 산지 지역을 중심으로 현재 건조특보가 발효 중이다.

기상청은 26일까지 대기 상태가 매우 건조할 것으로 예보하며 화재 예방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강조했다.

강풍과 결합한 건조한 대기 환경은 산불이나 각종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논밭 태우기, 담뱃불 등 작은 불씨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이번 고온 현상은 당분간 이어지다가 오는 28일을 기점으로 점차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28일에는 아침 기온이 7~9도, 낮 기온이 10~13도 수준으로 다소 큰 폭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짧은 기간 내에 급격한 기온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체온 조절이 어려운 사람들은 외출 시 겉옷을 챙기는 등 유의해야 한다.

이처럼 봄옷을 채 꺼내기도 전에 찾아온 3월의 이른 더위는 제주도의 이상기후 현상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 사이 기온 패턴이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으며, 기후위기의 영향이 점차 실생활로 파고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고온 현상은 단순히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기후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상청은 이 같은 이상 기후 현상이 기후위기의 일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관련 데이터 축적과 장기적인 기후 모델 분석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향후에도 돌발적인 고온 현상이나 국지성 기상 변화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민들이 실시간 기상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기상 안내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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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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