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하드록의 전설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가 16년 만에 완전체로 한국 무대에 올라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강렬한 한밤의 서사를 완성했다.
5월 1일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5 건즈 앤 로지스 월드투어 인 코리아’는 오프닝 전부터 이미 전설의 귀환으로 기대를 모았고, 늦어진 시작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등장은 모든 기다림을 보상하기에 충분했다.
공연 시작 예정 시간은 오후 7시였지만, 로즈와 슬래시, 매케이건의 등장은 그로부터 38분이 지난 후였다.
그러나 팬들은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2009년 올림픽공원에서의 첫 내한 때 2시간 넘게 기다렸던 전례를 기억한 듯, 초조함보다는 설렘이 흐르는 분위기였다.
특히 이번 공연은 2016년 재결성 이후 처음으로 전 멤버가 함께한 내한 무대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졌다.
첫 곡 ‘웰컴 투 더 정글(Welcome to the Jungle)’이 시작되자마자 2만 관객은 뜨거운 환호를 쏟아냈고, 곧이어 ‘배드 옵세션(Bad Obsession)’과 ‘미스터 브라운스톤(Mr. Brownstone)’이 이어지며 공연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비가 내린 뒤 다소 차가운 공기마저 록의 열기로 녹아내렸다.
액슬 로즈의 보컬은 여전히 힘이 넘쳤고, 슬래시의 기타는 여느 때보다 날카롭고 깊었다.
‘리브 앤 렛 다이(Live and Let Die)’와 ‘이스트레인지드(Estranged)’에서 감성적인 선율을, ‘슬리더(Slither)’와 ‘더블 토킹 자이브(Double Talkin’ Jive)’에서 헤비한 질주를 선보인 건즈 앤 로지스는 무대를 완전히 장악했다.
관객들은 ‘스위트 차일드 오 마인(Sweet Child O’ Mine)’이 울려 퍼지자 펜스 너머까지 함께 뛰며 환호했고, ‘노벰버 레인(November Rain)’이 흐르던 순간엔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 전율을 공유했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에서는 팬들이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 ‘빛의 파도’를 만들었고, 이에 로즈는 “지금 정말 아름답다. 한국이 우리에게 선물을 줬다”고 감동을 전했다.
새로 합류한 드러머 아이작 카펜터도 뜨거운 무대를 펼치며 화제를 모았다. 상의를 탈의한 채 리듬을 조율하는 그의 모습은 강렬한 퍼포먼스를 완성시켰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었다.
한때의 반항아는 무대 위에서 순한 미소로 “그리웠다”고 고백했고, 팬들은 각자의 인생에 쌓인 음악적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며 깊은 울림을 나눴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온 딸, 임산부, 젊은 여성 팬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관객들이 그 진한 여운을 공유했다.
무대가 끝날 즈음, 팬들의 가슴엔 다시 한번 ‘파라다이스 시티(Paradise City)’의 열기가 불타올랐다.
오랜만에 마주한 전설은 그렇게 다시 살아 움직였고, 록의 진정한 감동을 온몸으로 되새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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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인(su2nee@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