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매매 한파를 겪고 있는 가운데 중저가 아파트 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가 주택의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하는 반면, 9억 원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는 거래량이 급감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내 9억 원 이하 및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 실거래량은 67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1,407건) 대비 51.7% 줄어든 수치이며, 전월(1,539건)과 비교해도 5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 실거래량이 45.6%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중저가 아파트의 거래량 감소폭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중저가 아파트 매매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규제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포인트를 적용하는 것으로, 대출을 통한 중저가 아파트 구매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실제로 해당 규제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8월까지 2,824건이었던 중저가 아파트 거래량은 9월부터 1,477건으로 급감했다.
이 같은 현상은 특정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중저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노도강 지역에서는 매수보다 매물이 더 많이 쌓이면서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 1월 넷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6.4였지만, 노도강 지역이 포함된 동북권의 매매수급지수는 91.2로 서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 미만이면 시장에서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급매물이 증가하면서 실거래가 하락도 본격화되고 있다.
노원구의 한 중소형 아파트 단지는 지난해 말 8억 원 후반대에서 거래되던 것이 최근 7억 원대 초반까지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강남구와 용산구 등 고급 주택 시장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용산구 한남더힐 전용면적 235㎡가 109억 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고,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4차 전용면적 208㎡ 역시 77억 원에 거래되면서 초고가 아파트 시장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의 주택 가격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산가들은 초고가 아파트 매수를 지속하면서 시장의 상단을 끌어올리는 반면, 대출이 막힌 서민들은 중저가 아파트 구매가 어려워지면서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리얼투데이 장재현 리서치본부장은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실수요층이 주택 매수를 보류하고 있으며, 이는 노도강 및 금천구 등 중소형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가격 하락이 먼저 시작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 같은 현상은 단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향후 추가적인 규제 완화 여부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이 점점 더 양극화되는 가운데, 서민층을 위한 주택 정책 개선과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