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생아 학대 의혹’ 대학병원 간호사 자택 압수수색…중환자실 CCTV 확보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한 간호사가 신생아를 학대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경찰이 해당 간호사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간호사의 휴대전화와 관련 증거물을 확보하며 진상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사건은 중환자실에서 보호받아야 할 생명이 위협받았다는 점에서 의료계와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7일 “지난 4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대구가톨릭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소속 20대 간호사 ㄱ씨의 주거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며 “ㄱ씨의 휴대전화도 함께 압수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간호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생아 사진과 함께 학대를 암시하는 문구를 올렸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문제가 된 SNS 게시물에는 “낙상 마렵다”는 표현과 함께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신생아의 사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낙상’은 병원에서 환자의 부주의나 부적절한 처치로 인해 환자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뜻하는 용어로, 해당 문장은 사실상 학대를 암시하는 발언으로 해석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이 발언이 실제로 어떤 행동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에 돌입했다.
현재까지 병원 자체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병원 측이 관련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하고 있어 별도의 강제수사 없이도 충분한 자료 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향후 조사 진행 과정에서 추가적인 물리적 증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병원에 대한 압수수색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된 정황 외에도 추가 피해자들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실 관계를 밝히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당 간호사에 대한 고소는 지난 2일 피해자 부모의 신고로 시작됐다. 피해자 측은 ㄱ씨뿐 아니라 병원장에 대해서도 관리 책임을 물어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 이후 사건이 급속히 확산되자 대구가톨릭대병원 측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병원장 명의의 사과 영상을 게재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김윤영 대구가톨릭대병원장은 지난 5일 공개된 영상에서 “최근 본원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의 부적절한 행위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관계가 확인된 해당 간호사는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중징계를 결정했으며, 이후 추가로 확인되는 내용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엄중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 전체 교직원에 대한 재교육과 함께 병원 시스템, 조직 문화를 전면 점검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사건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자 시민단체들도 비판에 나섰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7일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상급종합병원인 대구가톨릭대병원은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라고 전했다.
또한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경찰은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물론,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병원 측 역시 책임 있는 대응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현장에서 신생아를 포함한 취약계층 환자에 대한 인권 보호와 안전 관리가 중요시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병원 내부 관리 시스템과 직원 윤리 교육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중환자실이라는 특수 환경에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향후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향후 확보한 디지털 증거물을 기반으로 ㄱ씨의 행위가 실제로 신체적 학대로 이어졌는지 여부를 규명하고, 병원 내부 CCTV 기록 등을 추가로 검토해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의료계와 시민사회가 주목하는 이번 사건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