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 반응속도 늦어 사고 취약 드러나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고령 운전자 가 증가함에 따라 관련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10일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17명과 65세 미만 비고령 운전자 17명을 대상으로 시내도로 주행 시뮬레이션 실험을 진행한 결과, 고령 운전자의 반응 속도가 비고령자보다 전반적으로 느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험에서 선행 차량이 급정거했을 때 브레이크 작동까지 걸린 시간은 고령 운전자가 평균 3.56초로, 비고령 운전자의 3.09초보다 0.47초 늦었다.
또한 불법주차 차량 사이로 어린이가 튀어나오는 돌발상황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반응속도가 평균 2.28초로 비고령자(1.20초)보다 무려 1.08초 늦었다.
소비자원은 “시속 50km로 주행 중 브레이크 작동이 1초만 늦어져도 차량은 약 14m를 더 이동하게 돼, 사고 위험이 현저히 커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이 진입하는 상황에 대한 반응속도는 고령자(1.13초)와 비고령자(1.11초) 간 차이가 거의 없어, 상황에 따라 고령자의 반응이 크게 다르다는 점도 확인됐다.
자신의 운전에 대한 고령자들의 인식도 낮지 않았다. 소비자원이 고령 운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7%는 비고령자보다 사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판단력 및 반응속도 저하’가 95.6%로 가장 많았으며, 시력 저하(72.5%), 운동신경 저하(65.9%)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우리나라는 2023년 1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시행에 따라 고령 운전자 차량에 대한 비상자동제동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며 “하지만 돌발 상황에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혼동할 여지가 큰 만큼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장착한 차량 보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해당 장치는 차량 주변 물체 인식 후 엑셀페달을 잘못 밟아도 급가속을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관계부처와 공유될 예정이며, 소비자원은 고령자 보호를 위한 차량 제조 확대 방안과 교통안전 교육 강화도 함께 건의할 방침이다.
배동현 (grace8366@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