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월 19일(토)

고속도로서 만취 여친 사망… 못 말린 30대 남성, 2심도 무죄

법원
(사진출처-픽사베이)

만취 상태에서 고속도로에 뛰어든 여자친구를 막지 못해 차량에 치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영아 부장판사)는 5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31)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동일하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와 여자친구 사이의 격한 다툼과 사망 사고 발생 시간까지의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사고를 예견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112에 신고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신고했더라도 사망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사건은 2022년 11월 18일 오전 2시 21분께 발생했다.

A씨는 여자친구 B씨와 다투다가 고속도로 갓길에 차량을 세웠고, 만취한 B씨가 갑자기 차에서 내려 1차로로 뛰어드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B씨는 주행 중이던 SUV 차량에 치여 숨졌다.

사건 당일, A씨는 자정 무렵 술에 취한 B씨를 차량에 태워 이동하던 중 다툼을 벌였다. 원인은 A씨가 B씨의 전 남자친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였다.

감정이 격해진 두 사람은 말다툼을 이어갔고, A씨는 “전 남친에게 직접 사과하겠다”며 차량을 몰아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경찰에 납치 신고를 하려 했지만, A씨가 이를 강하게 만류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B씨가 운전 중인 차량의 시동을 끄려 하자, A씨는 결국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웠다.

이후에도 B씨는 차량 밖으로 나가려 했고,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 뺨을 때리는 등의 신체적 충돌까지 벌어졌다.

그 와중에 B씨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A씨가 다시 다가가 제지하려 하자, B씨는 이를 피하려다가 결국 도로로 뛰어들었고 주행 중이던 SUV 차량에 치여 숨졌다.

검찰은 A씨가 고속도로에서 B씨가 위험한 행동을 반복하는 동안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고, 112에 신고하지 않은 점을 들어 유죄를 주장했다.

검찰 측은 “A씨는 B씨가 고속도로에서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으며, 경찰에 신고하거나 안전한 장소로 피신시키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를 과실치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가 도로에서 B씨를 끌어내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했으며, B씨가 만취 상태에서 돌발 행동을 반복했기 때문에 이를 완전히 통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A씨의 폭행이 있었지만 연인 간 다툼의 수준을 넘어서는 정도는 아니며, B씨의 돌발 행동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A씨에게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의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B씨를 고속도로에 홀로 두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예측 가능하지만, 사망 사고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A씨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점이 문제될 수는 있으나, 신고를 했다고 해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에서 동행인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A씨가 여자친구를 더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못한 점을 문제 삼아야 한다는 의견과, 돌발적인 행동을 한 B씨의 선택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므로 A씨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A씨는 1심과 2심 모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검찰이 상고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연인 간 갈등이 예기치 못한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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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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