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고참 ‘맞을래, 흙 먹을래?’ 협박… 후임병 괴롭힘 여전한가
군부대에서 후임병들에게 흙과 휴지를 강제로 먹이거나 성추행하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은 20대 선임병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는 9일, 위력행사 가혹행위·군인 등 강제추행·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21)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과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A씨는 강원도 한 부대에서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후임병들을 대상으로 상습 가혹행위를 벌였다.
지난해 3월 진지공사 도중 한 후임병에게 “흙 먹을래, 15대 맞을래”라는 협박을 하며 흙을 강제로 먹게 만들었고, 다른 후임병의 안경을 손으로 찌그러뜨린 뒤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했다.
또한 수성펜 잉크가 묻은 휴지를 삼키게 만드는가 하면, 생활관에서 후임병의 중요 신체 부위를 추행하는 등 가혹행위 수준이 매우 심각했다.
재판부는 “상명하복 규율이 엄격한 군대에서 상급자인 피고인이 하급자들을 상대로 저지른 범행으로, 군 기강과 사기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범행 수법과 피해자들의 수를 보면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고, 가혹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함을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군 내 기강 해이와 인권 침해 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아직도 일부 부대에서 선·후임 간 위계질서를 빙자한 폭력과 가혹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인권단체들은 “군 특유의 폐쇄적 환경이 이러한 범죄를 은폐하거나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조치하고 가해자를 엄정히 처벌하는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가혹행위는 피해 병사들의 육체적·정신적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군 복무 중 가장 가까운 선임에게 폭력을 당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군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인권 교육과 병영문화 개선, 가해자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은 형사 처벌이 이뤄진 것이지만, 군 조직 내 폭력과 가혹행위 구조를 뿌리 뽑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번 판결이 군대 내 가혹행위 예방과 인권 보호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소율 ([email protected])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