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더 오른다더니”… 실제 하락폭, 국제 시세 대비 15배 충격

국내 금값 이 국제 시세 대비 15배 넘게 급락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금 현물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빠르게 사라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근 몇 주 동안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금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했으나, 괴리율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조정을 받았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에서 지난달 28일 1kg짜리 금 현물 1g당 가격은 13만90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같은 달 14일 종가(16만3530원) 대비 14.98% 하락한 수준으로, 불과 2주 만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내 금값은 지난달 14일 장중 16만8500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거의 매 영업일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같은 기간 국제 금 가격은 큰 변동 없이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거래소가 원화 가치로 환산한 국제 금 현물 가격을 보면, 지난달 14일 1g당 13만6130원이었던 가격이 28일에는 13만4830원으로 0.95% 하락하는 데 그쳤다.
국제 금값이 1%도 안 되는 하락률을 보이는 동안, 국내 금값은 15배에 달하는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국내 금 시장에서 형성됐던 ‘김치 프리미엄’이 빠르게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치 프리미엄이란 국내 투자자들의 특정 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해외 시세보다 가격이 과도하게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 바 있다.
실제로 지난달 14일 국내 금 시세와 국제 금 시세 간 괴리율은 장중 최고 24%에 달했으며, 종가 기준으로도 20.13%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즉, 당시 KRX 금시장에서 금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해외 시장보다 20% 이상 비싼 가격에 금을 샀다는 의미다.
이 같은 금 시세 차이는 투자자들의 금 매입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한 영향이 컸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금에 대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맞물리면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금 투자가 유행처럼 번졌다.
이에 따라 국내 금 현물 시장에서는 금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이로 인해 괴리율도 확대됐다.
하지만 금값에 대한 ‘김치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형성됐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후 괴리율이 빠르게 축소됐다.
지난달 28일 오전에는 괴리율이 1%대까지 떨어졌으며, 이에 따라 국내 금 가격도 가파르게 하락했다. 단기간에 금값이 급등한 만큼 조정도 거세게 이뤄진 것이다.
금 괴리율이 급격하게 축소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지만, 정작 이를 투자자들에게 사전에 제공하는 정보 시스템은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이 금을 거래하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금값 괴리율을 확인할 수 있는 증권사는 극히 일부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대형 증권사 중에서 금값 괴리율 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키움증권(국내 선물 옵션 전용 앱)뿐이다.
많은 투자자들은 국제 시세 대비 국내 금값이 얼마나 고평가된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어, 괴리율이 20% 이상 벌어진 상태에서도 금을 매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보 부족이 국내 금값의 급등과 급락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만약 투자자들이 국제 시세와 국내 금값 간 괴리율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면, 단기간에 20% 이상 높아진 가격에서 무리하게 매수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 시장 관계자는 “최근처럼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보다 과도하게 높아지는 경우는 드문 사례”라고 전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괴리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향후 금 가격의 변동성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금값 급등이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 때문이었으며, 향후 괴리율이 더 축소되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금을 포함한 안전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다시 한 번 국내 금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의 요인이 부각될 경우 금값이 재차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 투자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국제 금 시세와 국내 금 시세의 괴리율을 반드시 확인한 후 신중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