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인분 초벌까지 했는데”…노쇼에 연락 차단, 자영업자 한숨

요식업계에서 ‘노쇼(No-show)’ 문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예약을 해놓고 아무런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거나, 당일 갑자기 취소하는 사례가 늘면서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한 고깃집에서는 단체 손님을 위해 20인분의 고기를 초벌까지 해놨지만, 예약 손님이 나타나지 않은 데다 연락까지 차단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요식업계에서는 예약 문화 개선과 노쇼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5년째 고깃집을 운영 중인 A씨는 지난 13일 단체 예약 노쇼를 겪었다.
포털사이트 예약 플랫폼을 통해 오후 6시에 20명 예약이 들어왔고, A씨는 직원들과 함께 일찍부터 출근해 고기를 초벌로 구우며 손님맞이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예약 시간이 지나도록 손님은 나타나지 않았다. 15분이 지나자 한 손님이 연락을 해와 “못 갈 것 같다”는 짧은 메시지를 남겼고, 이후에는 연락이 두절됐다.
A씨는 “음식 준비를 위해 일찍 출근한 직원들이 헛수고를 했다.
더 괘씸한 건 예약 채팅에서 계정을 차단해 더 이상 연락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해당 손님이 다시 연락을 해 보상금을 지급했지만,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 하루 장사가 엉망이 된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백숙집을 운영하는 B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주변 직장인들이 많아 단체 예약이 자주 잡히는데 한 달에 최소 대여섯 번은 예약이 취소된다”고 전했다.
이어 “미리 전화라도 주면 다행인데, 연락이 완전히 두절되는 경우도 많다. 장사 준비로 바쁜 와중에 일일이 확인 전화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체념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또한 서울 성북구에서 대학가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C씨도 “매장 전체를 대관할 경우 하루 매출을 보장해야 하는데, 행사 일정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갑자기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쇼로 피해를 봤다고 말하면, 예약금을 받지 않은 것도 잘못 아니냐는 말이 돌아와 억울하다”고 한탄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노쇼가 단순한 개인 예약 취소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군 간부를 사칭해 대량 주문을 넣고 노쇼를 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지난 18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제주시 삼도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D씨는 ‘해병대 9여단 간부’라고 밝힌 남성으로부터 녹차 크림빵 100개를 주문받았지만, 정작 해당 인물이 예약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피해를 봤다.
이처럼 군 간부를 사칭한 노쇼 범죄가 지난해 12월까지 전국적으로 76건이나 발생해, 경찰이 광역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외식업주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음식점 노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8.3%가 최근 1년간 노쇼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노쇼가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는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제재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연회 시설을 제외한 외식업장에서 예약 시간 1시간 전까지 취소하지 않을 경우 총 이용금액의 10% 이내에서 예약보증금을 위약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은 권고 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어, 실제로 위약금을 받는 사례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노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식업계에서도 예약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도 급한 사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일정 시간 내 취소는 허용해야 하지만, 최소한 당일 취소나 연락 두절에 대한 패널티를 적용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외국처럼 일정 금액을 예약금으로 받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노쇼 문제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쇼가 반복될 경우 음식점 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
특히 단체 예약은 매장 운영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취소는 식재료 낭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노동력도 허비하게 만든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약 문화를 개선하는 것 뿐만 아니라, 업주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정한 거래 관행이 필요하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