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다리 줄이고 봉 추가한 치킨, 소비자들 ‘분노’ 확산

닭고기 수급난이 장기화되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 가운데 한 유명 치킨 브랜드가 인기 메뉴인 ‘콤보’의 닭다리 수를 줄이고 날개 부위인 ‘봉’으로 대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닭다리 줄였으면 가격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촌 콤보 근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에는 콤보 메뉴 포장 박스에 부착된 안내 스티커가 찍혀 있다.
스티커에는 “원육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한시적으로 콤보 제품의 닭다리 수를 4개에서
3개로 조정한다”는 문구와 함께, “윙/봉(날개) 부위를 추가해 기존과 동일한 양으로 제공한다”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한 매체 기자가 22일 실제로 주문해 확인한 결과, 해당 브랜드의 콤보 메뉴에는 닭다리가 3개만 포함되어 있었고, 대신 윙과 봉 부위가 늘어나 있었다.
콤보 메뉴는 본래 닭다리 4개와 윙 부위가 함께 제공되는 구성으로, 특히 닭다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
그러나 이번 구성 조정 소식에 누리꾼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닭다리 4개 때문에 콤보를 시켰는데 왜 구성을 바꾸냐”, “닭다리 줄였으면 가격도 한시적으로 줄여야 하는 거 아니냐”, “고객한테 콤보가 아니라 공격이냐”는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불매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일부 가맹점은 아예 콤보 메뉴를 ‘품절’로 전환하고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이러한
조치는 전적으로 닭고기 원육의 공급 부족 때문이다.
굽네치킨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교촌치킨 가맹점에 공급되는 닭다리와 날개 등 주요 부위는 주문 수량의 20~30%에 그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해지면서 업체들은 결국 일부 부위를 줄이거나 메뉴 자체를
판매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번 닭고기 수급난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난해 겨울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와 이상기온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꼽힌다.
치킨 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AI 확산과 기온 변화로 인해 병아리 생산과 출하가
원활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성계(도축 가능한 닭)의 물량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현재 종란의 생육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을 들어 다음 달 말이면 상황이 다소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시점까지는 공급 부족이 지속될 수 있어 소비자와 업계 모두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닭고기 공급 위기는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으로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중단되면서, 전체 수입 닭고기의 86%를 차지하던 주요 공급선이 막히게 됐다.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국내산 닭고기를 사용해 비교적 영향을 덜 받고 있지만,
중소형 치킨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브라질산 순살이 12㎏에 5만8천 원 하던 게 하루아침에 10만 원까지 올랐다”, “구하고 싶어도 아예 물량이 없다는 말만 듣는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소상공인들은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며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닭고기 수급난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원육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공급 조정, 메뉴 가격 정책,
소비자 대응 등을 고심하고 있다.
현재로선 안정적인 공급이 재개되기 전까지 각종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