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이상 지방간, 악력 약할수록 심혈관 위험↑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임태섭 교수와 내분비내과 김경민 교수 연구팀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환자에서 악력이 약할수록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대규모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Cachexia, Sarcopenia and Muscle(IF 9.4)’에 최근 게재됐다.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은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대사이상이 있는 상태에서 간에 지방이 과다 축적된 질환으로, 기존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최근 국제적 기준 변화에 따라 새롭게 정의된 개념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이 이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도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심혈관 질환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에서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에도 근력이나 근육량 감소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대부분 단면연구에 그쳐 장기간의 경과를 반영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의 약 20만 명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균 13.1년 동안 추적 관찰을 실시했다.
근력 측정은 손아귀 힘인 악력을 활용했으며,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간 지방증과 대사이상 요소 중 하나 이상을 보유한 경우로 정의했다.
심혈관 질환 발생은 국제질병분류(ICD-10) 기준 진단명을 통해 확인했다.
분석 결과,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 없는 집단의 심혈관 질환 위험이 가장 낮았으며,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 중에서는 악력이 높은 집단보다 중간, 중간보다 낮은 집단에서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더 컸다.
이 결과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다변량 분석을 통해 확인한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비율은 남성의 경우 높은 악력(1.03), 중간 악력(1.14), 낮은 악력(1.38) 순이었고, 여성은 각각 1.07, 1.25, 1.56로 증가 추세가 명확히 나타났다.
임태섭 교수는 근력 저하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의 주요 사망 원인인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앞으로 실제 근력을 강화하는 중재를 통해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며, 이번 연구가 그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교수는 “그동안 다양한 연구들이 근감소증의 임상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지방간 환자도 근력 유지 및 향상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시사한다”며 “노화 과정에서 근력과 근육량은 어쩔 수 없이 감소하지만, 적절한 영양 섭취와 꾸준한 운동을 통해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건강노화에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배동현 (grace8366@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