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 대출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대출 금리가 오르는 흐름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 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다시 확대하면서 금리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은행들의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4.2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8월 3.70%에서 9월 3.84%, 10월 4.09%, 11월 4.27%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4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전세대출 금리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은행권 평균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지난해 9월 4.08%에서 10월 4.29%, 11월 4.37%로 상승한 뒤, 12월 들어 4.26%로 내려왔다.
대출금리는 지표금리에 은행의 운영 비용, 예상 손실, 자금 조달 비용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하고, 여기서 우대금리를 적용해 결정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지표금리는 3.06%로 전월 대비 0.19%포인트 하락했다.
가산금리는 2.46%로 소폭(0.01%포인트) 낮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및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은행권 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시장금리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면서 가산금리를 조정해 가계대출 금리를 높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기조가 변화하고 있으며, 주요 시중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다시 낮추며 대출 영업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14일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하했으며, 우리은행은 1월 31일부터 주요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29%포인트 인하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연초 대출 영업 확대와 관련이 깊다.
일반적으로 연말까지는 금융당국의 대출총량 규제에 맞춰 조정을 하다 해가 바뀌면서 대출 한도가 다시 설정되기 때문에 은행 간 경쟁이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출입 기자단 간담회에서 “은행들이 기준금리 하락을 반영해야 할 시기”라며 대출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별 가계대출 성장률이 일정 수준으로 제한되지만, 연초에는 대출 잔액이 리셋(초기화)되면서 다시 대출을 내줄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인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대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대출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초 대출 금리 인하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은 금리 변동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올해 상반기 금리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