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월 18일(금)

대형 고래, 남해 얕은 바다서 나흘째 표류…15m 길이 ‘길 잃은 채 맴돌아’

향유고래
(사진출처-여수해경)

전남 광양항 인근 연안에 길을 잃은 듯한 대형 고래 한 마리가 닷새째 머무르며 해경과 전문가들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와 여수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 고래는 지난 4일 오전 광양항 연안에서 처음으로 발견됐으며, 이후 먼바다로 유도됐지만 하루 만에 다시 돌아와 나흘 넘게 얕은 바다를 맴돌고 있다.

해양 생태계는 물론, 인근 선박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제가 된 고래는 향유고래로, 몸길이 약 15m로 추정되는 이빨고래 중 가장 큰 종이다.

향유고래는 깊은 바다에서 생활하는 해양 포유류로 알려져 있으며, 드물게 연안에 나타나 좌초하거나 표류하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처럼 얕은 연안에 장기간 머무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원인 분석과 함께 신중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해경은 고래가 처음 발견된 지난 4일, 연안구조정을 비롯한 장비를 투입해 고래를 안전하게 먼바다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당일 오후 6시경, 고래는 약 5km 떨어진 해역에서 다시 목격됐으며 이후 1~2km 반경을 맴돌며 광양항 인근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전날 오전부터는 수심 5m 안팎의 얕은 연안에서 등 부위 약 4m를 수면 위로 드러낸 채 움직임 없이 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고래의 상태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해경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전문기관은 합동으로 고래의 행동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다.

고래가 탈진했거나 건강 이상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만큼, 인위적인 구조 시도를 보류한 채 관찰을 이어가고 있다.

고래연구소 측은 “광양항 인근 해저 지형이 복잡하고 수심이 일정치 않아 무리한 구조는 고래에게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자연스럽게 넓은 해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필요한 경우 최소한의 개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고래가 해저면에 몸을 바짝 붙이고 있는 정황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등 부위만 수면 위로 노출된 상태로 장시간 정지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해경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고래 주변으로 선박 접근을 차단하고 현장 통제에 나선 상태다.

어선과 낚싯배를 포함한 민간 선박들이 고래 주변으로 접근하지 않도록 계도 방송과 안내를 강화하고 있으며, 필요 시 추가적인 통제 조치도 시행할 방침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관계자는 “향유고래가 서해나 동해에서 좌초하거나 표류한 사례는 간간이 있었지만, 이처럼 남해 연안 깊이 들어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개체가 건강 이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섣부른 구조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 상황을 면밀히 주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광양만 일대는 바다 폭이 좁고 수심이 얕아 고래가 방향을 찾지 못하고 정체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향유고래는 고래류 중에서도 뛰어난 잠수 능력을 가진 종으로, 한 시간 이상 수면 아래 머물 수 있으며 최대 2200m의 심해까지 잠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오징어나 심해어류를 먹이로 삼으며, 무리를 짓기보다는 단독 또는 소규모 집단으로 행동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이런 고래가 얕은 해역에 장시간 머무르거나 좌초되는 경우는 대부분 탈진, 질병, 또는 내비게이션 오류 등 생리적 문제와 관련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당국은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향후 고래의 자력 회복 또는 안전 유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고래의 이동 경로나 행동 패턴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지속적인 관찰과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고래의 안전과 해양 질서 모두를 지킬 수 있도록 신중히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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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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