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기, 노년 치매 위험 낮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오히려 노년층의 인지 저하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알려진 ‘디지털 치매’ 가설과는 다른 결론이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재러드 벤지 교수와 베일러대 마이클 스컬린 교수 공동 연구팀은 성인 41만143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술 사용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57개 논문을 메타분석해 1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발표했다.
해당 분석에는 주로 관찰연구 및 코호트 연구가 포함됐으며, 참여자 평균 연령은 68.7세였다.
연구팀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기억력, 문제 해결, 일상생활 기능 등 인지 능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그 결과,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그룹은 인지 장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5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지 능력 저하 위험도 평균 26%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 같은 결과는 기존의 ‘디지털 치매’ 가설과 상반된다. 디지털 치매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이 기억력, 주의력 등 인지 기능을 감퇴시킨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메타분석에서는 디지털 기기가 인지 능력 유지 혹은 저하 방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정반대의 가능성이 제시됐다.
연구팀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회적 교류 기회를 제공하고 복잡한 활동에 참여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노년층이 스마트폰을 통해 공과금을 납부하거나 약 복용 알림 기능을 설정하거나, 길 찾기 앱을 이용하는 과정이 인지 자극을 주고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디지털 기술이 인지 저하를 직접적으로 막는지, 아니면 인지 능력이 높은 사람이 디지털 기기를 더 잘 활용하는지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가 치매를 유발한다는 명확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치매 예방 및 인지 기능 유지 전략 수립에 있어 디지털 기술 활용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배동현 (grace8366@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