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월 18일(수)

루게릭병 치료전략, NEK1 돌연변이 해법 제시

루게릭병
김승현 한양대학교 교수와 남민엽 한국뇌연구원 박사 (사진 출처-한양대학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치명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인 루게릭병(ALS)의 새로운 병태생리 기전을 규명해 주목받고 있다.

한양대학교 김승현 교수팀과 한국뇌연구원 남민엽 박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루게릭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떠오른 NEK1 유전자 변이가 신경세포 섬모의 기능을 저해하고, 칼슘 신호 경로를 통해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과정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920명의 한국인 루게릭병 환자를 대상으로 전장유전체 분석을 수행한 결과, 약 2.5%의 환자에게서 NEK1 유전자 기능상실 변이를 발견했다.

해당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들은 질병 진행 속도가 더 빠르고 생존 기간이 짧은 특징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 유래 섬유아세포와 줄기세포 기반의 운동신경세포 모델을 구축해 세포 내 병리적 변화도 정밀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NEK1 유전자 결손은 섬모 형성 장애뿐 아니라 칼슘 항상성 붕괴,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DNA 손상 복구 실패 등 다양한 세포 내 이상을 초래하며, 이러한 복합적인 병리기전이 신경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EK1 돌연변이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의 발병 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시각적으로 정리된 구조도. (사진 출처-한양대학교 제공)

특히 연구진은 HDAC6 억제제를 활용해 섬모 손상과 미토콘드리아 이상, 세포사멸 등을 효과적으로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약물을 새로운 치료제로 활용하는 ‘약물 재창출(drug repositioning)’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결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루게릭병의 발병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기여함과 동시에, 정밀의료 기반의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전이 실제 환자의 뇌 조직에서도 재현되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와 HDAC6 억제제의 장기적인 안전성 검증은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성과는 지난 5월 20일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Molecular Neurodegeneration’에 게재됐다.

배동현 (grace8366@sabanamedia.com)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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