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월 03일(화)

모의고사 문제 팔아 213억 원 수익… 교원 249명 적발

시험
(사진출처-unsplash)

공립·사립 교원 249명이 약 6년간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하고 총 213억 원에 달하는 부당 이득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이 18일 발표한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교원은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사교육 업체와의 ‘문항 거래’를 통해 1인당 평균 850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번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문항 거래 규모는 서울·경기 지역이 전체의 93.4%를 차지하며 198억8000만 원에 달했다.

특히 대치동과 목동 등 대형 사교육 업체가 밀집한 서울 지역에서는 160억5000만 원(75.4%)이 거래되었다.

과목별로는 과학이 66억2000만 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 수학(57억1000만 원), 사회(37억7000만 원), 영어(31억 원), 국어(20억8000만 원) 순으로 집계됐다.

사교육 업체들은 문항 제작팀이나 강사들이 EBS 교재 집필진 명단을 입수하거나 인맥·학연을 통해 출제 능력이 있는 교원들을 접촉하면서 문항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업체와 교원 간의 거래가 일대일 형태에서 조직적인 형태로 발전하며 점차 규모가 커졌다.

일부 교원은 사교육 업체 내 문항 제작팀에서 팀장 역할을 맡았으며, 직접 다른 교원을 섭외해 문항 공급 조직을 구성·운영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교원은 알선비 명목으로 수억 원을 추가로 받거나, 배우자가 설립한 문항 공급 업체를 통해 문항을 판매한 사례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교원이 출간 전 EBS 교재 파일을 유출하거나, 판매한 문항을 학교 시험에 출제한 사실도 적발했다.

또한, 문항 거래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사례도 밝혀져 파장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2016년 7월 시도교육청에 학원용 문항 매매 행위를 금지하는 공문을 시달했으나, 이후 교원의 문항 거래에 대한 지도·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교원들이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제작·판매하고 대가를 받는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64조와 청탁금지법 제8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비위를 저지른 공립 교원 8명과 사립 교원 21명 등 총 29명에 대해 징계 요구 및 비위 통보 조치를 취했다. 나머지 220명에 대해서도 교육부가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통보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문제 판박이 논란’ 사건의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도 포함됐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출제위원이었던 국립대 교수 A씨가 2022년 감수한 EBS 교재 문항을 그대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으로 출제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 사건은 ‘사교육 카르텔’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문항을 사서 모의고사를 제작하던 유명 강사 B씨가 A씨와 친분이 있던 고교 교사 C씨로부터 문제를 받아 2022년 9월 학원 사설 모의고사에 출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증 부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평가원은 2021년과 2022년 수능에서 해당 강사의 모의고사 문제를 지속적으로 구매했으나, 2023학년도에는 별다른 이유 없이 구매를 중단했고, 결국 사설 모의고사 문제를 걸러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2023학년도 수능에서 해당 문항에 대한 이의 신청이 126건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원은 해당 문항에 대한 이의 심사를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해당 국립대 교수에게 주의를 촉구하는 조치를 내렸으며, 문항 출제 및 이의 심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평가원 담당자 3명에 대해 해임, 정직, 경징계 등의 문책 조치를 평가원에 요구했다.

이 외에도 감사원은 초고난도 문제(일명 ‘킬러 문항’) 출제를 방치해 ‘불수능’을 초래한 평가원에 대해 주의를 촉구했다.

감사원은 “수능 시행 기본계획에 따르면, 수능 문제는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적정 난이도와 풀이 시간을 고려해야 하지만, 평가원이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감사 결과는 교육계의 신뢰성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교원들의 부당한 사교육 시장 개입과 수능 문제 출제 과정에서의 공정성 문제는 교육계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교육부는 이를 계기로 교원의 문항 거래를 철저히 감시하고, 수능 출제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과 수험생들은 교육계의 공정성과 신뢰 회복을 위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으며, 향후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다른기사보기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