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월 23일(수)

목동 깨비시장 차량 돌진 사고…70대 운전자, 사고 후 ‘초기 치매’ 진단

목동 깨비시장
(사진출처-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사고를 낸 70대 운전자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사고 차량의 결함은 없었으며, 운전자는 사고 직후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치매 환자의 운전 적격성 여부와 면허 관리 체계의 허점이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14일 교통사고처리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김모(75)씨를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2시경 목동 깨비시장 내에서 자신의 차량을 몰던 중 과속으로 인해 상점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상점 직원이었던 40대 남성이 사망했고, 11명의 행인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제한속도 시속 30km인 내리막길에서 앞서가던 마을버스를 추월하는 과정에서 차량 속도가 시속 76.5km까지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그는 차량의 제동을 늦게 걸면서 그대로 과일 가게를 들이받았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사고 차량의 브레이크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점을 확인하고, 차량 결함 가능성을 배제했다.

김씨는 사고 당일 조사에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으나, 사고 영상을 본 뒤 뒤늦게 제동을 시도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김씨가 사고 직후 서울의 한 병원에서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은 그가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구속하지 않았다.

현재 김씨는 요양시설에 입소한 상태다.

김씨의 건강 상태에 대한 조사 결과, 그는 2022년 2월부터 치매 의심 증상을 보였고, 보건소로부터 치료 권고를 받은 바 있다.

이후 2023년 11월에는 ‘경도 인지장애’ 진단을 받고 약 4개월간 약물 치료를 받았다.

경도 인지장애는 치매의 전 단계로,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크게 저하된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김씨는 가족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치매 약물 치료를 중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씨는 2022년 9월, 치매 초기 소견을 받은 지 약 7개월 만에 정기 적성검사를 통과해 1종 보통면허를 갱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기 적성검사는 주로 시력과 청력 등을 검사하는 ‘신체검사’ 수준에 그쳐, 치매 초기 단계의 환자를 걸러내는 데 실패했다.

더불어 경도 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치매 환자 및 마약류 중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시 적성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운전 제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김씨의 운전을 막을 수 있었던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가운데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경찰은 사고 직후 김씨의 차량을 압수했으며, 그의 1종 보통면허는 즉시 취소됐다.

이번 사고는 고령 운전자 면허 갱신 기준과 치매 환자의 운전 적격성 검토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지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운전을 지속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기 적성검사 뿐만 아니라 고령 운전자 및 경도 인지장애 환자에 대한 별도의 검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김씨의 건강 상태와 사고 경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법적 처벌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 절차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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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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