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수수료 인하에도 확산하는 외식업계 이중가격제

배달 음식 가격이 매장보다 비싼 ‘이중가격제’가 외식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배달앱 수수료가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가맹점주들은 배달 메뉴 가격을 인상하며 점주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디야커피, 맘스터치, 굽네치킨 등 주요 외식 브랜드가 배달 전용 가격을 도입하거나 일부 매장에서 배달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전국 3,0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이디야커피는 이날부터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외부 배달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메뉴의 가격을 조정했다.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제조 음료는 300원, 베이커리 및 RTD(Ready To Drink) 음료는 500원 인상됐다.
이디야커피 측은 “배달 주문 시 1만 원어치를 팔아도 4,000원 이상 수수료로 빠지는 상황에서 많은 점주들이 가격 조정을 요청했다”며 배달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실제로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외식업 점주 5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점주들은 가장 큰 운영 부담으로 배달앱 수수료(7점 만점 중 5.68점)를 꼽았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배달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맘스터치 일부 가맹점은 매장별 차이는 있으나 평균 15%가량 배달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본사 차원에서는 이중가격제 도입을 공식적으로 채택하지 않았으나, 가맹점주의 개별적인 가격 조정은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맘스터치 본사는 “배달 메뉴 가격을 올리면 장기적으로 매출이 감소할 우려가 있어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가맹거래법상 가맹점의 가격 정책을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굽네치킨도 일부 매장에서 배달 메뉴 가격을 조정했다.
대표 메뉴인 ‘고추 바사삭’의 경우 일부 가맹점에서 1만 9,900원에서 2만 1,900원으로 조정되는 등 배달 메뉴 가격이 1,000~3,000원가량 인상됐다.
굽네치킨 본사 역시 공식적으로는 이중가격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개별 가맹점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경우를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외식업계의 이중가격제 도입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KFC, 파파이스 등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했고,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도 배달 커피 가격을 500원가량 인상했다.
이 같은 이중가격제는 배달앱 1위 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이 지난달 26일부터 중개 수수료를 9.8%에서 2.0~7.8%로 낮춘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업소의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도입했으며, 쿠팡이츠도 오는 4월부터 유사한 차등 수수료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배달앱 측에서는 차등 수수료 도입으로 업주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외식업체들은 여전히 배달 운영 부담이 크다고 주장한다.
배민 관계자는 “상생 요금제 시행 첫날부터 업주 부담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강조했으나, 점주들은 “배달 운영 전반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추가 비용을 고려하면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은 배달 가격과 매장 가격 차이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배달비도 따로 내는데 메뉴 가격까지 올라 부담이 크다”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포장 주문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외식업계의 이중가격제는 향후 소비자 불만과 점주 운영 부담이 맞물리면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배달앱 수수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외식업체들이 이중가격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경우, 소비자들의 배달 이용 패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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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인(su2nee@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