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월 19일(토)

“배불러도 디저트 는 가능?”… ‘디저트배’ 존재,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디저트
(사진출처-unsplash)

“배가 불러도 디저트 는 따로 들어간다”는 말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밝혀졌다.

독일 막스플랑크 신진대사 연구소(MPIMR)의 헤닝 펜셀라우 연구원팀은 포만감을 느낀 상태에서도 달콤한 음식을 계속 먹게 만드는 뇌 신경세포의 작용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14일(현지시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생쥐 실험을 통해 진행됐다.

연구팀은 생쥐들에게 설탕을 제공하며 행동을 분석한 결과, 완전히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여전히 설탕을 더 먹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개체들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에 연구팀은 생쥐의 뇌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주요 뇌 신경세포인 ‘POMC’(프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 뉴런)가 특정 조건에서 색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보통 POMC는 시상하부에 위치해 흥분성 멜라노코르틴 신경펩티드를 분비하며 포만감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POMC가 단순히 포만감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체내 마약성 호르몬인 ‘β-엔도르핀’을 함께 분비하며 음식 섭취 행동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포만감을 느낀 생쥐가 설탕을 섭취할 경우, POMC는 포만감을 전달하는 신호와 함께 ‘β-엔도르핀’을 분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β-엔도르핀은 뇌의 보상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로, 일종의 ‘행복 호르몬’ 역할을 한다.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 뇌의 ‘아편 수용체’가 활성화되며 강한 보상감을 느끼게 된다.

즉, 배가 불러도 달콤한 음식을 더 먹고 싶어지는 이유는 ‘β-엔도르핀’이 활성화되면서 뇌가 보상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뇌 신경 경로는 설탕을 섭취할 때만 활성화됐으며, 지방이나 다른 음식에는 반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 경로를 차단한 생쥐들에게 설탕을 제공했을 때, 더 이상 추가로 먹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반면, POMC가 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배가 불러도 여전히 설탕을 더 먹으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굶주린 상태에서는 β-엔도르핀 분비 차단 여부와 관계없이 설탕을 적극적으로 섭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팀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동일한 뇌 반응을 확인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설탕을 투여하고 뇌를 스캔한 결과, 생쥐 실험에서 밝혀진 신경 경로와 동일한 영역이 활성화되었으며, 이 부위에는 아편 수용체가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었다.

헤닝 펜셀라우 연구원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탕은 빠르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었다.

따라서 뇌는 설탕을 발견하면 최대한 많이 섭취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뇌의 아편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은 식욕억제제보다는 체중 감소 효과가 작지만, 다른 치료법과 병행하면 비만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인간이 배부른 상태에서도 디저트를 먹고 싶어지는 이유에 대한 생물학적 근거를 밝히며, 비만 및 식이조절과 관련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한편,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설탕 이외에도 다른 단맛을 내는 감미료들이 같은 뇌 신경 경로를 활성화하는지, β-엔도르핀 분비가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지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디저트배’라는 개념이 단순한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뇌의 신경 작용과 관련된 과학적 사실이라는 점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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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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