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코리아컵, 임시 컨테이너 라커룸 안 된다…KFA 전면 개선하라”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코리아컵 16강 경기 운영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대한축구협회(KFA)의 부실 행정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논란은 지난 14일 열린 대전 코레일과 FC서울의 코리아컵 16강전에서 시작됐다.
이 경기는 관중 수용 규모가 불과 450석인 대전월드컵 보조경기장에서 치러졌으며, 라커룸 대신 임시 컨테이너가 제공됐다.
더불어 양 팀 선수들과 심판진이 함께 사용하는 협소한 샤워실과 화장실은 “프로 경기장의 기본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지난해 여자 선수권대회에서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 여자 선수들이 천막에서 옷을 갈아입거나 심판들과 함께 여자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는데 코리아컵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며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 컵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라커룸도 임시 컨테이너를 사용하고, 양 팀 선수들과 심판진이 함께 샤워실과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제대로 된 상황인지 되묻고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경기 감독관, 심판들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전체적으로 다 어수선하고 환경이 열악하다. 행정 미숙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선수들”이라며 “협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스템과 인적 개선까지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지적은 단지 일회성 문제가 아니다.
김 사무총장은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이려면 최소한의 환경은 갖춰져야 한다. 임시 컨테이너나 부족한 샤워시설은 선수들의 존중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축구협회가 앞으로는 좀 더 세심한 준비와 점검으로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국제 경기에서도 인정받지 못할 수준의 잔디 환경과 임시 컨테이너 시설 앞에서 몸을 푸는 모습은 프로 선수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ACL 출전권이 걸린 코리아컵이야말로 프로리그에 걸맞은 경기장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선수협 소속의 한 회원은 익명을 전제로 “선수들이 탈의실과 샤워장을 상대팀, 심판진과 함께 써야 하는 건 명백한 문제다. 최소한의 기준과 시설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는 선수 존엄성의 침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KFA는 지난 2월 AFC 챔피언스리그 개최 관련 경기장 잔디 문제로 전북현대가 홈 경기를 다른 경기장에서 치르게 되는 국제적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광주FC 선수 등록 문제까지 겹치며 행정 실수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매년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피해를 보는 건 오직 선수들뿐이다. 협회가 선수들의 권리와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원칙부터 다시 세우는 진지한 자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설적인 부분에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단순히 문제 해결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선수들이 안심하고 뛸 수 있는 경기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축구협회의 중요한 책무다. 이번 기회에 축구협회가 시설 업그레이드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선수협은 향후에도 KFA의 행정 시스템과 대회 운영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문제가 발견될 경우 적극적인 입장 표명과 개선 요구에 나설 계획이다.
전수인(su2nee@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