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월 06일(화)

소 결핵균, 사람에 감염…질병청 공식 확인

소 결핵균
지난해 1월 결핵으로 확진된 50대 A씨의 감염 경로를 조사한 결과, 사람 간 전파가 아닌 소 결핵균에 의한 감염이라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고 질병관리청이 밝혔다. (사진 출처-Freefik)

소 의 결핵균(Mycobacterium bovis)이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감시 체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이 사례는 실험실 근무자의 감염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질병관리청 결핵정책과와 진단분석과 공동 연구팀은 지난해 1월 결핵으로 확진된 50대 A씨의 감염 경로를 조사한 결과, 사람 간 전파가 아닌 소 결핵균 에 의한 감염이라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공중보건 학술지 《Osong Public Health and Research Perspectives》 최신호에 게재됐다.

소 결핵균은 과거 살균되지 않은 우유나 유제품을 섭취하거나 가축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되는 경우가 보고돼 왔다.

유럽식품안전청(EFSA)과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유럽연합 내에서 사람에게서 확인된 소 결핵균 감염 사례는 총 138건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9년 세계 결핵 보고서에서도 전체 신규 결핵 환자 약 1000만명 중 14만명(1.4%)이 인수공통감염병에 해당되며, 이 중 약 1만1400건은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집계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별도의 감시 체계가 없어 지금까지 사람 감염 사례는 보고된 바 없었다.

이번에 감염이 확인된 A씨는 2023년 1월 류머티즘 질환 치료 중 흉부 X선 촬영에서 결핵 의심 소견을 받았고, 이후 2개월 만에 폐결핵으로 최종 진단됐다.

그는 약 20년간 수의학 실험실에서 근무하며 혈액 검체 분리, 조직병리검사 등의 업무를 맡아왔으며, 인수공통 결핵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정밀 검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평소에도 일회용 장갑과 가운 등을 착용해 사고를 방지하고 있었지만, 과거 실험 중 바늘에 찔리는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은 결핵의 잠복기 특성상 정확한 감염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질병청 관계자는 “인수 공통 결핵의 직접적인 전파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실험실에서 인수 공통 결핵 검체를 처리하는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했던 점으로 미뤄 실험실 관련 노출 가능성이 크다”며 “고위험 직업군에서 엄격한 개인 보호 장비 사용과 인수 공통 결핵에 대한 원헬스(One Health) 차원의 강화된 감시 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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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현 (grace8366@sabanamedia.com)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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