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병증 치료 단서, 유전자에서 찾다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치명적인 심장 질환인 심근병증 의 발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밝혀내며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심근병증 은 심부전을 유발할 수 있는 주요 질환으로, 이번 연구는 이 질환의 병태생리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8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심장내과 이상언 교수와 병리과 황희상 교수 연구팀은 심근병증 환자 37명의 심장조직을 분석해, 심근병증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도출했다.
이들은 최신 분석기법인 ‘공간 전사체학’을 활용해 세포별, 위치별 유전자 발현 차이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와 KAIST와 공동으로 수행됐으며, 세계적인 학술지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됐다.
공간 전사체학은 기존 유전자 분석이 제공하지 못한 조직 내 위치 정보까지 결합해, 정상 부위와 손상 부위의 유전자 작동 차이를 시각화할 수 있는 분석 기술이다.
연구진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심근병증 환자 37명과 대조군 7명의 심장조직에서 1만2800개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심근병증이 진행되며 세포 종류와 섬유화·퇴행 등 조직 손상 양상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했다.
특히 심장 기능이 유지된 초기 보상기와 기능 저하가 진행된 말기 비보상기 사이에서 상반되게 조절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TAX1BP3, PFKFB2, CRIP3와 같은 기존에 심근병증과 관련이 알려지지 않았던 유전자를 새롭게 규명했으며, 이 유전자들이 향후 심근병증 치료의 핵심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연구자 누구나 심근병증 관련 유전자 데이터를 탐색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웹 기반 분석 플랫폼도 구축했다.
황희상 교수는 “기존의 유전자 분석이 간과했던 세포별, 부위별 차이를 반영해 심근병증을 분석한 최초의 연구”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심근병증의 병태생리 기반 정밀진단이 가능해지고 향후 정밀의학 기반 맞춤치료제 개발에도 큰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상언 교수는 “심근병증은 심부전이나 급사를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심장 기능 저하에 따른 공통된 생리적 반응을 조절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전했다.
또 “이번 연구는 심근병증의 다양한 병리적 양상과 세포 반응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반 데이터를 구축한 데 의의가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심근병증 자체를 표적하는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 육성 연구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배동현 (grace8366@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