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80대 이모 방치해 사망… 조카 징역 1년 선고

고령의 이모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60대 남성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또한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를 같은 방에서 6일간 생활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홍은표)는 13일 유기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3년간 노인 관련 기관 취업을 제한하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8월 1일 오전, 제주 제주시 일도2동의 주거지에서 함께 살고 있던 80대 이모 B씨가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은 것을 보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의료기관에 연락하거나 구조 요청을 하지 않은 채 방치하면서 B씨는 결국 숨졌다.
또한, A씨는 치매를 앓고 있는 90대 친모를 숨진 B씨와 같은 방에서 6일 동안 생활하도록 방치한 혐의도 받았다.
사건이 밝혀진 것은 같은 달 7일, B씨의 손자가 신고하면서 경찰이 출동하면서였다.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은 B씨가 이미 사망한 상태였으며, 시신이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고 확인했다.
B씨는 관상동맥 경화 증세로 인해 쓰러졌을 가능성이 높지만, 정확한 사인은 불분명한 것으로 판명됐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이모가 쓰러져 가쁜 숨을 쉬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괜찮을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B씨가 쓰러진 직후 즉시 응급조치를 받았다면 목숨을 건질 가능성이 충분했다고 보고 A씨를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시신의 부패 정도를 고려할 때, 피고인이 정확한 사망 시점을 몰랐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점은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구호 의무를 저버리고 피해자를 방치한 것은 명백한 유기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피고인은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모친을 적절한 보호 없이 방치해 기본적인 의무조차 다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행위를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가족 내 방임과 노인 학대 문제를 다시금 환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 돌봄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돌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돌봄 의무를 방기하는 사례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과 복지 당국은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역 내 독거노인 및 취약계층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가족 간 보호 의무를 강조하는 판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A씨가 항소할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검찰 역시 이번 판결에 대한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