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커피 한잔, 걷다 보면 힐링…경주 대릉원돌담길 봄 여행지로 주목

벚꽃이 절정을 맞은 4월 첫 주말, 경주 도심이 수십만 인파로 붐볐다.
경주시와 경상북도가 공동 주최한 ‘2025 경주 대릉원돌담길 축제’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성황리에 개최됐다.
축제가 열린 대릉원돌담길은 만개한 벚꽃과 한옥 담장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SNS를 통해 ‘봄 여행지 성지’로 떠오르며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았다.
행사 기간 동안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 수는 14만 5천여 명으로 집계되며, 경주의 도심형 축제가 지역 경제는 물론 문화 관광 활성화에도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는 평가다.
이번 축제는 벚꽃 개화 시기를 고려해 지난해보다 시기를 앞당겼다.
차량 통제가 이뤄진 도로에는 인조잔디가 깔리고, 나무 팔레트 테이블이 곳곳에 설치돼 산책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별도의 조형물 없이도 분홍색 횡단보도와 돌담 사이의 자연경관이 포토존 역할을 하며, 도시 한복판에서 봄의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이곳이 도심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며 감탄을 쏟아냈다.
먹거리와 즐길 거리도 풍성했다. 축제 기간 동안 설치된 푸드트럭 거리에는 팟타이, 타코야끼, 불초밥 등 다채로운 세계 음식들이 등장해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와 함께 지역 수공예품을 소개하는 프리마켓도 열려 관광과 소비, 지역 문화 체험이 한자리에서 이뤄졌다.
무엇보다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은 부분은 QR코드를 통한 비대면 주문 시스템과 통합결제 서비스였다.
“앉은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주문하고 기다리지 않고 음식을 받을 수 있어 편리했다”는 후기가 줄을 이었다.
디지털 시스템 도입은 축제 운영의 효율성은 물론 관람객의 만족도 향상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환경을 생각한 친환경 참여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다.
‘벚꽃코인’은 폐플라스틱 병뚜껑을 재활용해 제작된 참여형 토큰으로, 현장에서 설문조사에 응하거나 친환경 미션을 수행하면 지급됐다.
이 코인을 모으면 지역 작가들이 만든 기념품이나 소품으로 교환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다.
‘함께해 봄’ 존에서는 폐현수막을 활용한 카드지갑 만들기, 도로 위 미술 체험 등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방형 체험 부스도 운영되며 놀이와 환경교육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장을 마련했다.
이번 축제는 단순한 봄 나들이 행사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도 함께 담았다.
전국적으로 이어진 산불 피해를 애도하는 의미에서 축제 메인 무대의 공연은 대폭 축소됐으며, 관람 동선 내에서 소규모 버스킹과 함께 희생자를 기리는 안내 문구가 비치됐다.
또한 돌담길 내에 위치한 일부 레스토랑들은 매출의 일부를 산불 피해 복구 성금으로 기부하는 자발적 나눔에 동참하며, 지역 공동체의 연대감을 보여주었다.
안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축제장 전역에는 무인 계측기 6대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유동 인구를 파악했고, 혼잡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구조 체계를 마련했다.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운영 시스템은 향후 전국 도심형 축제의 벤치마킹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올해는 예년보다 축제 규모를 줄이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며 “도심 한복판에서 자연과 전통, 시민이 어우러진 축제를 통해 경주가 가진 문화적 저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시민 중심의 정체성을 갖춘 축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경주를 역사도시를 넘어 감성도시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주는 매년 벚꽃 시즌마다 국내 대표 봄 여행지로 손꼽히고 있다.
올해는 특히 돌담길을 중심으로 한 도심형 축제가 소박하면서도 내실 있는 운영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향후 봄축제 트렌드의 전환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