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유동성 위기 속 애경산업 매각 검토

애경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지주사 AK홀딩스의 부채가 4조 원을 넘어서며,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최근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애경산업 지분 63.38%의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애경산업은 케라시스, 루나 등 브랜드를 보유한 생활용품·화장품 전문 기업으로, 지난해 6,79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AK홀딩스, 애경자산관리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의 단순 시가총액은 약 2,426억 원에 이르며, 경영권 프리미엄과 자산가치 등을 감안하면 수천억 원 규모의 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경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AK플라자와 제주항공 등 자회사에 대한 자금지원이 지속되며 지주사의 부채 비율이 2020년 233.9%에서 2024년 328.7%로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AK플라자에는 1,600억 원, 제주항공에는 2,600억 원 이상의 현금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전체 자산 규모는 7조 1,200억 원으로 재계 62위지만, 부채 문제로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애경그룹은 비주력 자산 정리에도 나섰다.
대표적으로 애경중부컨트리클럽이 운영하는 18홀 회원제 골프장 중부CC가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중부CC는 오너 일가가 주도해 설립한 부동산 기반 가족회사로, 향후 매각 시 자금 유입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 논의는 지난해 말 발생한 무안-제주공항 항로 사건 이후 그룹 계열사의 주가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애경산업 및 제주항공 지분 대부분이 담보로 설정돼 있어, 주가 하락 시 마진콜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에 애경그룹은 유동성 방어를 위해 선제적인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택한 것이다.
그룹 관계자는 “중부CC 매각은 사실이며, 애경산업 매각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전반적인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향후 애경그룹의 유동성 확보 계획과 함께, 핵심 자회사들에 대한 전략적 투자자 유치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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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인(su2nee@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