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정읍에서 여왕벌이 없는 벌통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양봉업자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70대 남성이 구속됐다.
단순한 거래 불만이 끔찍한 범죄로 이어지면서 지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정읍경찰서는 3일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A(70대)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9시 45분께 정읍시 북면의 한 움막에서 양봉업자인 B(70대)씨를 둔기로 살해하고,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은 B씨의 가족이 실종 신고를 하면서 드러났다. B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혼자 양봉을 하고 있는데 전날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실종 사건으로 수사를 시작했으나, B씨의 차량이 흙에 뒤덮여 있었고 블랙박스가 강제로 탈거된 점 등을 수상하게 여겨 강력 사건으로 전환했다.
추가로 B씨가 실종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배달기사가 “B씨가 그날 ‘벌통 도둑을 잡았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 외부인에 의한 범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후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사건 당일 B씨의 움막을 방문한 A씨를 특정했다. 경찰은 A씨를 찾아가 증거를 제시하며 추궁했고, 결국 그는 범행을 인정했다.
조사 결과 A씨는 2년 전 B씨에게 벌통을 구입했지만 여왕벌이 없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노했다.
그는 “벌통을 샀는데 여왕벌이 없어 찾아가 항의했더니 B씨가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며 범행 동기를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A씨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벌통을 구입한 시점과 사건 발생 시점 사이의 시간 차이가 크고, 단순한 거래 문제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A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A씨는 체포된 후 유치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저독성 농약이 든 비타민 음료병을 속옷에 숨긴 채 유치장으로 들어왔고, 이후 음독을 시도했다.
경찰과 교도관이 이를 발견해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했으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범행 동기와 경위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거쳐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갈등이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진 사례로,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농촌 지역에서의 갈등 해결 방식과 노인 범죄 예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씨가 진술한 범행 동기가 사실인지, 추가적인 계획 범죄 요소가 있었는지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