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월 28일(수)

“영유아도 사교육 열풍…2살부터 시작, 월평균 33만 원 지출”

알파벳
(사진출처-픽사베이)

우리나라에서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의 사교육비 지출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유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20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사교육비 부담이 초등학생부터 본격화된다는 기존 인식을 뒤집는 결과로, 부모들이 자녀의 학습을 보다 이른 시기에 시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교육부가 통계청에 의뢰해 전국 6세 미만 영유아 1만324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작년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조사했으며, 어린이집 특별활동, 유치원 특성화 프로그램, EBS 교재비, 어학 연수비 등은 제외됐다.

정부 주도로 유아 사교육비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영유아 사교육 참여율은 47.6%로 나타났으며, 연령별로 보면 2세 이하의 사교육 참여율은 24.6%였지만, 3세부터는 50.3%로 증가했고, 5세에서는 81.2%로 크게 상승했다.

이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관에 다니는 유아(어린이집·유치원 재원 유아)의 사교육 참여율은 50.3%, 가정에서 양육하는 유아는 37.7%로 나타나, 기관 재원 유아의 사교육 참여율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유아의 주당 평균 사교육 참여 시간은 5.6시간이었다.

2세 이하 유아는 평균 1.8시간을 사교육에 투자한 반면, 3세는 5.2시간, 5세는 7.8시간으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참여 시간이 늘어났다.

이는 영유아 시기에도 학습 관련 활동에 점점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월평균 사교육비 33만2000원 가운데, 일반 과목 및 논술 관련 과목이 평균 34만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영어 교육이 월평균 41만4000원으로 가장 많은 비용이 투입되었으며, 사회·과학 과목은 7만9000원, 논술·독서 교실·글쓰기·독서토론 과목은 7만5000원으로 뒤를 이었다.

예체능 및 기타 과목의 경우 월평균 17만2000원이 지출됐다.

소득 수준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도 두드러졌다. 월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는 평균 32만20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했지만,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의 경우 4만8000원에 그쳤다.

이는 고소득층일수록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교육 참여율에서도 차이가 있었는데,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62.4%였던 반면,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는 29.5%에 불과했다.

3시간 이상(반일제) 운영되는 학원 유형 중에서는 영어유치원이 월평균 154만5000원의 비용이 소요되어 가장 높은 비용을 기록했다.

놀이학원도 116만7000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예능학원과 체육학원이 각각 78만3000원과 76만7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조기 교육 열풍이 영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교육부는 이번 시험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국 172만1000명의 유아들이 3개월 동안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이 약 81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번 조사 결과는 ‘국가 미승인 통계’로, 자료 이용과 해석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심층 연구를 진행한 뒤, 내년부터는 국가 승인 통계를 활용한 본격적인 영유아 사교육비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를 통해 영유아 사교육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교육의 부담이 학령기 아동뿐만 아니라 영유아 가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유아 교육 및 돌봄의 질적 향상을 위한 공적 지원을 확대하고, 과도한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유아 사교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공교육 내 대안 마련이 더욱 시급해 보인다.

교육부의 향후 정책 방향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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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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