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출신 귀화 선수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35·전남체육회)가 9년의 도전 끝에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며 감격의 순간을 맞이했다.
2016년 귀화 후 한국 대표로 활약해 온 그는 오랜 기다림 끝에 최고의 결실을 맺었다.
압바꾸모바는 11일 중국 야부리 스키리조트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바이애슬론 여자 7.5㎞ 스프린트 경기에서 22분 45초 4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을 결합한 종목인 바이애슬론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그의 활약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한국 바이애슬론이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한 쾌거다.
전남 바이애슬론팀을 이끌고 있는 김상욱 감독은 “압바꾸모바는 사격에서 강점을 보이며 자기 관리가 철저한 선수”라고 말했다.
이어 “1월에는 러시아로 건너가 클럽팀과 함께 훈련을 소화하는 등 금메달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압바꾸모바는 러시아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2016년 한국으로 귀화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바이애슬론, 루지, 피겨, 아이스하키 등 4개 종목에서 15명의 귀화 선수를 영입한 한국의 ‘특별 귀화 프로젝트’ 일환이었다.
그는 귀화 후 2017년 세계선수권 15㎞ 개인전에서 5위를 기록하며 한국 여자 바이애슬론 역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고, 이듬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15㎞ 개인전에서 16위에 올라 다시 한번 한국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후 적응 문제로 한동안 한국을 떠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외국에서 홀로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함께 귀화한 티모페이 랍신과 안나 프롤리나는 한국에 남아 있는 상황이라 그의 결정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2020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다시 한번 목표를 향해 도전했고, 그 결실이 이번 대회의 금메달로 이어졌다.
이번 금메달은 한국 대표팀의 12번째 금메달로, 대한체육회가 개막 직전 목표했던 11개를 넘어섰다.
한국은 2017년 삿포로 대회에서 16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바 있으며, 이번 대회에서 그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압바꾸모바의 금메달은 단순한 1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귀화 후 겪었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꾸준한 노력 끝에 한국을 빛낸 그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그의 도전과 성취는 한국 동계 스포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리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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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인(su2nee@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