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서씨, 설악산 권금성 산장지기로 남긴 전설
설악산 권금성 산장의 산장지기로 잘 알려진 산악인 유창서씨 가 16일 강원도 속초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7세. 유족에 따르면 유창서씨 는 평생 설악산과 함께하며 한국 산악계와 환경 보전에 기여한 산악인이었다.
1938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난 고인은 배재중 재학 시절 암벽 등반을 시작해, 동국대 산악부 초기 멤버로 활동했다.
1969년 설악산 토왕성폭포 첫 등반 시도를 비롯해 다양한 등반 기록을 세웠으며, 이후 설악산에 정착해 권금성 산장을 운영했다.
고인은 산장 운영을 통해 상업적 요소를 배제하고 자연 보존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숙박을 거부하고 음료와 물품만 제공하며, 불법 산행을 조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1976년에는 대한적십자사 설악산 산악구조대를 창설해 초대 대장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인명을 구조했다.
1990년대에는 멸종 위기에 놓였던 에델바이스와 산양의 서식지를 발견하는 등 자연 보호 활동에 힘썼다.
산장 철거와 관련한 어려움을 겪은 뒤에도 속초에 머물며 설악산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고인은 산장의 이야기를 담은 책 ‘바람이여 구름이여 설악이여'(1990), ‘산장에 남긴 사연들'(1992)을 펴냈으며, 산악인의 공로를 인정받아 1981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훈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황국자씨와 아들 유석준씨가 있다.
고인의 소장품은 국립산악박물관에 기증됐으며, 권금성 산장과의 역사를 기리는 발자취로 남았다.
배동현 ([email protected])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