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월 28일(토)

음주 문제, 조현병·우울증과 유전적 연결… “도파민 유전자 영향”

음주 문제에 연관된 유전변이와 각각의 정신장애 관련 유전변이 중 공유하고 있는 유전변이의 비율.
음주 문제에 연관된 유전변이와 각각의 정신장애 관련 유전변이 중 공유하고 있는 유전변이의 비율 (사진출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음주 문 가 단순한 생활습관이나 환경적 요인의 결과가 아니라 조현병, 우울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과 공통된 유전적 기반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들 정신장애와 음주 문제는 뇌의 도파민 체계와 관련된 특정 유전자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향후 맞춤형 정신질환 치료 전략 개발에 새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원홍희 교수 연구팀은 43만 명 이상의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대규모 전장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음주 문제와 정신장애 간 유전적 연관성을 정밀 분석한 결과를 11일 국제학술지 ‘미국정신건강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의존이나 폭음 등 음주 문제와 조현병은 무려 73%의 유전적 변이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신경성 식욕부진증(65%), 자폐스펙트럼장애(60%), 양극성장애(50%), ADHD(46%), 우울장애(39%) 등에서도 유의미한 중첩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음주 습관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정신질환과의 공통된 발병 메커니즘이 존재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구진은 TTC12와 ANKK1이라는 유전자가 이들 음주 문제와 정신장애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 요인임을 밝혀냈다.

두 유전자는 인간의 충동 조절 능력, 보상 추구 행동, 도파민 수용체 신호 전달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우재 교수는 “많은 정신장애 환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음주를 선택하지만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음주 문제와 정신장애를 동시에 겪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의 새로운 기전을 제시했다는 사실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분석은 음주 문제를 동반한 정신질환 치료 시, 환자의 생물학적 특성에 맞춘 새로운 치료 접근법 개발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치료 방식은 각 질환을 개별적으로 분리해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결과는 복합 증상에 대한 통합적이고 정밀한 치료 전략이 필요함을 뒷받침한다.

정신장애와 음주 문제가 동반될 경우 환자의 자기 조절력 저하, 사회적 고립, 직업 기능 저하 등으로 이어지며 치료 경과가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수인(su2nee@sabanamedia.com)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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