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공급난에 ‘금값’ 된 피스타치오…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불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거세게 번지면서, 주재료 중 하나인 피스타치오의 공급 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피스타치오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전 세계 초콜릿 업계와 견과류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피스타치오 커널, 즉 껍질을 벗긴 피스타치오 알맹이의 국제 시세가 1년 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당 7.65달러(한화 약 1만 897원)였던 피스타치오 커널 가격은 현재 10.30달러(약 1만 4672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단기간 내 약 35% 가까운 가격 상승으로, 단순한 수요 증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견과류 무역사인 GG해킹의 자일스 해킹 대표는 “피스타치오 공급은 사실상 세계적으로 고갈 상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본래 공급 자체가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바이 초콜릿 열풍으로 인해 커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에 따라 타국가들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스타치오의 주요 생산국 중 하나인 이란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2위 피스타치오 생산국으로 알려진 이란은 최근 6개월간 아랍에미리트로의 피스타치오 수출량이 전년도 전체 수출량 대비 무려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랍에미리트 현지 수요, 특히 두바이 초콜릿 생산을 위한 수요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대량 수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스타치오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두바이 초콜릿은 2021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본사를 둔 초콜릿 브랜드 ‘픽스(FIX)’에서 처음 출시한 제품이다.
이 초코바는 밀크 초콜릿 속에 피스타치오 크림과 중동식 얇은 반죽인 ‘카다이프’를 넣은 독특한 구조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부드러운 초콜릿과 바삭한 카다이프가 어우러져 독창적인 식감을 선사하며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제품은 2023년 12월, 인플루언서 마리아 베헤라가 틱톡을 통해 해당 초콜릿을 먹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후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며, 세계 각국에서 이 초콜릿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했다.
이로 인해 스위스 초콜릿 브랜드 레더라(Laederach)를 비롯해 린트(Lindt), 네슬레(Nestlé) 등 주요 초콜릿 제조업체들도 유사한 스타일의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두바이 초콜릿의 인기를 반영하듯, 일부 판매처에서 1인당 구매 제한을 설정했다.
실제로 두바이 초콜릿 스타일 제품은 인당 2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 매장이 있을 정도다.
레더라 CEO 요하네스 레더라는 “지금 우리는 두바이 초콜릿 수요에 완전히 압도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스타치오의 공급 부족은 수요 급증뿐 아니라 생산 여건 악화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세계 최대 피스타치오 수출국인 미국은 지난해 기후 변화 등의 영향으로 인해 수확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은 피스타치오 주산지로 알려져 있으며, 이 지역의 관련 산업 규모는 4조원에 달할 만큼 중요하다.
일부 농가는 수익성 향상을 위해 아몬드 대신 피스타치오 생산으로 전환했지만, 이로 인한 수확은 9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피스타치오 재고는 이미 바닥난 상태이며, 특히 초콜릿 제조에 주로 사용되는 껍질 없는 커널의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초콜릿 업계는 향후 몇 달간 피스타치오 공급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제품 가격 인상 혹은 대체 원료 사용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단일 상품의 인기가 국제 원자재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드물지 않지만, 이번 피스타치오 품귀 현상은 그 여파가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향후 피스타치오 가격의 안정 여부는 글로벌 초콜릿 산업 뿐 아니라 견과류 시장 전반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