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월 06일(일)

정승원의 귀향 세리머니, 대구 팬과 서울을 흔들다

FC서울 정승원이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와의 K리그1 6라운드 홈 경기에서 득점한 뒤 전 소속팀 서포터스석 앞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FC서울 정승원이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와의 K리그1 6라운드 홈 경기에서 득점한 뒤 전 소속팀 서포터스석 앞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이 대구FC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5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간 가운데, 경기의 중심엔 전 대구 출신 미드필더 정승원 이 있었다.

지난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5라운드 경기에서 서울은 후반 추가 시간 1-2로 끌려가던 경기를 정승원의 동점골과 문선민의 결승골로 3-2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정승원은 골과 도움을 모두 기록하며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서울은 이날 승리로 리그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경기보다 더 뜨거운 화제를 낳은 것은 정승원의 세리머니였다.

동점골을 터뜨린 뒤 그는 갑자기 대구 원정석 방향으로 달려가 오른쪽 귀에 손을 올리는 도발적인 동작을 취했다.

팀 동료들이 재빨리 제지에 나섰고 대구 선수들이 항의하면서 양 팀 사이에 짧은 충돌까지 벌어졌다.

정승원의 행동은 과거 맨체스터 시티의 엠마누엘 아데바요르가 아스널 팬들에게 했던 유명한 세리머니를 연상케 했다.

정승원이 대구 팬들의 야유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그는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안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팬들에게 제가 이렇게 성장했다고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여 사실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승원은 2016년 대구에서 프로 데뷔 후 핵심 선수로 성장했지만, 2021년 계약 갈등과 방역수칙 위반 논란 등으로 팬들과의 관계가 틀어졌다.

이후 수원 삼성, 수원FC를 거쳐 올해 FC서울 유니폼을 입게 된 그는 대구와 재회할 때마다 팬들의 야유를 받아왔다.

이날 경기에서도 공을 잡을 때마다 거센 야유가 이어졌고, 정승원의 세리머니는 그에 대한 일종의 응답이었다.

한편 이번 사건은 FC서울과 대구FC 사이에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만드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원 삼성과 인천 유나이티드가 2부 리그로 강등되면서 서울의 전통적 라이벌 구도가 흐려진 상황에서, 대구는 감정과 서사를 겸비한 신흥 맞상대가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5월 18일 예정된 대구 원정 리턴 매치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다.

정승원은 “그런 것은 신경 안 쓴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지만, 팬들과 언론은 이미 다음 대결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의 세리머니가 만들어낸 긴장감은 단순한 한 경기의 승부를 넘어, K리그 내 새로운 스토리라인을 예고하는 장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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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인(su2nee@sabanamedia.com)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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