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월 18일(일)

정신건강 위기, 30대·저소득 계층 심각…도움 요청은 소수

정신건강
서울대 조사에 따르면 국민 절반 이상이 장기 울분 상태에 있으며, 30대와 저소득층에서 정신건강 위기가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출처-Freefik)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건강재난 통합대응을 위한 교육연구단이 전국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장기적인 울분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5일부터 21일까지 웹 기반 설문을 통해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정신건강 수준에 대해 48.1%가 ‘좋지 않다’고 응답했고, ‘보통’은 40.5%, ‘좋다’는 11.4%에 불과했다.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사회적 분위기로는 ‘경쟁과 성과를 강조하는 사회'(37%)가 가장 많이 지목됐으며, ‘타인의 시선과 판단이 기준이 되는 사회'(22.3%)가 뒤를 이었다.

정서 상태를 측정한 자가 보고형 척도 결과에 따르면, 12.8%는 ‘심각한 수준의 울분’을 호소했으며, 이들을 포함한 54.9%가 장기적인 울분 상태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30대에서는 심각한 울분 비율이 17.4%로 가장 높았고, 소득 200만 원 미만 계층은 21.1%에 달했다. 고소득층(1000만 원 이상)은 5.4%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계층 인식별로는 자신을 ‘하층’이라고 여긴 응답자 중 16.5%가 심각한 울분 상태에 있었으며, ‘중간층’은 9.2%, ‘상층’은 15.0%였다.

‘세상은 기본적으로 공정하다’는 진술에 대해 69.5%가 동의하지 않았으며, 연구진은 공정세계 신념이 낮을수록 울분 점수가 높아지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은 47.1%였다. 특히 40대(55.4%)와 30대(51.7%), 소득 200만 원 미만 계층(58.8%)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스트레스 원인으로는 건강 변화(42.5%), 경제 수준 변화(39.5%), 관계 상실(20.7%)이 주를 이뤘다.

사회적 원인으로는 인간관계 변화(30.2%), 고용 상태(23.7%), 정치환경 변화(36.3%) 등이 포함됐다.

정신건강 위기를 경험한 응답자는 27.3%에 달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51.3%)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자살 계획 경험자는 20.5%, 실제 시도 경험자는 13.0%로 확인됐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실제로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39.4%에 불과했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는 ‘낙인과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41.9%)이 가장 많았다.

스트레스 대처 방식으로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털어놓는다'(39.2%)가 가장 많았고, ‘혼자 참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38.1%)는 응답도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는 응답은 15.2%에 그쳤다.

조사 책임자인 유명순 교수는 “정신건강 위기를 경험한 응답자 네 명 중 세 명 가까이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그 이유로 낙인과 두려움이 가장 많이 지목됐다”며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응 태도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사회적 소통과 실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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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현 (grace8366@sabanamedia.com)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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