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잠수 작업 사고로 청년 사망, 중대재해 논란
지난해 9월, 스물두 살의 김기범 씨는 조선소 에서 하청 노동자로 입사했다.
해군 특수전전단(UDT)을 꿈꾸며 잠수 자격증을 취득하고 꾸준히 노력했던 청년은 조선소 선박 검사 작업을 시작하며 꿈을 키워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30일, 그는 조선소 바다에서 숨지는 사고를 당했다.
김 씨는 사고 당일 2인 1조로 작업한 뒤 불과 8분 만에 혼자 다시 바다에 투입됐다.
1시간 30분 동안 물 위로 올라오지 않자 관계자들이 신고했고, 소방당국은 4시간 30분이 지나서야 그를 물 밖으로 건져 올렸다.
발견 당시 김 씨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으며, 끝내 사망했다.
사고 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잠수 작업의 필수 원칙인 2인 1조 작업과 신호 줄 사용은 제대로 준수되지 않았다.
작업자는 물속에서 신호 줄을 통해 물 밖 감시자가 위험 상황을 인지하도록 해야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는 신호 줄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김 씨는 1시간 이상의 작업 후 8분 만에 다시 투입됐고, 필요한 장비 역시 부족했다.
그는 5kg짜리 산소통 하나를 들고 10분도 쉬지 못한 채 물속으로 들어갔다고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김 씨의 사망 원인을 “잠수하여 선박 하부 촬영 작업 중 익사”로 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울산해양경찰서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유가족들은 조선소와 하청 업체에 강한 유감을 표하고 있다.
사망 이후 하청 업체는 나타나지도 않았으며, 조선소 관계자는 “책임이 없는데, 일단은 도의적으로 도와주는 거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장례식장 복도 앞에서 ‘장례식 지원’이라는 이유로 직원이 상주하며 조문객의 신상을 묻기도 했고, 대기 시간에는 직원들끼리 웃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김 씨는 생전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엄마, 설날에 생일 선물 사줄게”고 약속했다.
그는 심장 수술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에게 “엄마 힘드니까, 그냥 내 등에 업혀. 내가 업어줄게”라고 말하는 다정한 아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가족들은 빈소를 떠나지 못한 채 조선소 관계자들의 책임 있는 해명을 기다리고 있다.
신혜연 ([email protected])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