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면서 청년층의 취업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력직 채용 증가가 20대 청년층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노동시장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 채민석 과장과 장수정 조사역이 발표한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신규 채용 시 직무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우선적으로 선호하면서 20대의 상용직 취업률이 현저히 감소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력직 채용 확대 이전 44%였던 20대 청년층의 상용직 고용률이 34%로 10%포인트나 급감한 반면, 30대의 경우 54%에서 51%로 3%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청년층의 고용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욱 위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사회초년생이 30년간 경제활동에 참여한다고 가정할 경우, 생애 총취업기간도 경력직 채용 증가의 영향으로 21.7년에서 19.7년으로 2년 줄어들었다.
노동시장 진입 시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평생소득 역시 연 5%의 금리로 할인해 현재 가치로 환산할 경우 3억9000만 원에서 3억4000만 원으로 13.4%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층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 무경력자의 구직 노력이 30% 낮아질 경우 20대 청년층의 고용률은 현재보다 5.4%포인트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30대와의 고용률 격차는 1.1%포인트 더 벌어질 전망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기회를 더욱 제한하고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기업들의 채용 방식 변화도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고용정보원이 기업들의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경력직 비중은 2009년 17.3%에서 2017년 30.9%, 2021년 37.6%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채용 시 ‘직무 관련 업무 경험’을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은 기업 비율은 58.4%였으며, 2024년에는 74.6%까지 증가했다.
반면, 신입사원 중심의 정기 공채 비율은 2019년 39.9%에서 2023년 35.8%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기업들이 정기적인 대규모 채용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경력직을 선발하는 방향으로 채용 전략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신입사원보다 경력직 채용이 즉시 업무 수행이 가능해 교육 및 훈련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근로자들의 직업관 변화와 더불어 기업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특정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즉각 투입하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층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이 청년층을 채용할 때 발생하는 교육훈련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체험형 인턴 제도를 활성화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신입 채용을 늘리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직업 교육 및 재훈련 프로그램 확대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국, 경력직 채용 증가로 인해 청년층의 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정부와 기업, 교육 기관이 협력하여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내 세대 간 격차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