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산불 여파에 봄꽃축제 줄취소…국내여행도 ‘빨간불’

지난 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엿새째 이어지며 전국 각지의 봄 축제와 국내 여행 수요에 직격탄을 안기고 있다.
특히 경상권을 중심으로 봄꽃축제를 앞두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지자체들과 여행·숙박업계는 행사 취소와 예약 취소 문의에 긴급 대응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산불로 인해 인명 피해는 물론 문화유산과 관광 자원에까지 심각한 타격이 이어지며 국내 여행 시장 전반에도 여파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북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에서 발생한 산불의 진화율은 24%에 불과하다.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26명에 달하며, 피해 면적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번 화재는 단순한 산림 훼손을 넘어 국가문화유산에도 피해를 입혔다.
국가유산청은 보물 2건, 천연기념물 3건, 명승 3건, 민속문화유산 3건, 시도지정유산 4건 등 총 15건의 문화유산이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특히 경북 의성의 천년고찰 고운사가 전소됐고,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인근까지 불길이 접근하면서 문화재 보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재난 상황은 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봄꽃 시즌과 겹쳐 여행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동, 산청, 청송 등 주요 산불 피해 지역과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예약 취소가 속출하고 있으며, 경북과 경남 전반에 걸쳐 예약 문의 감소와 함께 여행 심리 위축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전문 여행사인 승우여행사 관계자는 “산불 발생 인근 지역은 물론 인접 지역도 고객들의 안전 우려로 인해 이번 주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수수료 없이 취소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라도 지역 상품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 역시 “축제 시즌에는 보통 국내여행 수요가 몰리지만 대형 산불은 심리적 위축을 불러오기 때문에 예약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기존 예약 고객에게 무료 취소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산불 피해 지역이 아닌 경주, 포항 등 경상권 전체에 대한 취소 문의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초 안동 여행을 계획했던 한 예약 고객은 “현지 숙소에서도 연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며 여행 연기를 추천했다”고 말했다.
각 지자체들도 예정된 축제 일정을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 통영시는 오는 29일부터 이틀간 개최 예정이었던 ‘봉숫골 꽃 나들이 축제’를 다음 달 5일로 연기했고, 남해군은 ‘꽃 피는 남해 축제’와 ‘창선고사리 축제’를 잠정 연기했다.
창녕군은 ‘부곡온천 축제’를 다음 달 말로 연기했고, 하동군은 ‘화개장터 벚꽃축제’를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 외에도 다수의 지자체가 봄꽃축제 취소 또는 축소를 검토 중이며, 추가 피해 상황에 따라 향후 일정을 유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산불 피해 지역에 위치한 관광지 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숙박업소와 상권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숙박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으며, 식당과 카페, 기념품 상점 등 지역 경제에 의존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더불어 이번 산불로 인해 국내 여행 수요가 위축될 경우,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던 관광 산업의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자체와 관광업계는 향후 복구가 진행되는 대로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다시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여행객들의 안전과 지역 주민들의 피해 복구가 우선이며, 이번 피해가 장기적으로 지역 이미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다각도의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로 인해 예정됐던 봄꽃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가운데,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공감대 속에 지역과 관광업계가 함께 위기 극복에 나설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