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월 19일(목)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3관왕 쾌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 장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 장면. (사진출처- NHN링크 제공)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세계 공연예술계의 최고 권위인 토니상에서 극본상과 음악상(작곡 및 작사), 무대디자인상을 포함해 3관왕에 오르며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정식 오픈런으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한국에서 기획·초연된 뮤지컬이 토니상을 수상한 첫 사례로 기록되며 K뮤지컬의 세계 진출을 새롭게 정의했다.

현지시간으로 8일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극본상과 음악상, 무대디자인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가운데 이룬 성과로, 이미 뉴욕 드라마비평가협회상과 드라마리그어워즈에서 연이어 작품상을 수상한 데 이은 결과다.

2016년 서울 대학로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박천휴 작가와 미국인 작곡가 윌 애런슨이 공동 창작했다.

21세기 후반의 서울을 배경으로, 버려진 헬퍼봇들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SF 감성극으로서, 인간성과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는 내용이 관객의 큰 공감을 얻었다.

소극장에서 출발했지만, 한국 관객의 열띤 호응과 언어의 벽을 넘어선 정서적 메시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의 문을 열었다.

2016년 뉴욕 쇼케이스 이후 미국의 저명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의 주목을 받아 브로드웨이 진출이 결정됐고, 2023년 11월 벨라스코 극장에서 개막했다.

이 작품은 최근 2주 연속 티켓 매출 100만 달러를 넘기며 흥행 성적에서도 안정 궤도에 올라섰다.

현지 관객뿐 아니라 언론과 비평계에서도 찬사를 받으며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섬세한 사랑 이야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뮤지컬계 전문가들은 이번 수상이 단순한 상징을 넘어, 한국 창작진이 브로드웨이의 정규 제작 시스템 안에서 기획부터 무대화까지의 전 과정에 본격 참여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과거 단발성 진출이나 교포 중심 관객층에 의존하던 형식에서 벗어나, 미국 주류 시장 속 본격적인 경쟁력과 지속성을 증명한 것이다.

1997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공연된 ‘명성황후’, 2011년 브로드웨이에 올랐던 ‘영웅’ 등도 있었지만, 모두 단기 공연에 그친 데 반해 ‘어쩌면 해피엔딩’은 브로드웨이에서 정규 라인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사례와 차별화된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K뮤지컬의 위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그랬듯,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한국 콘텐츠의 창의성과 예술성이 세계 무대에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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