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증가에 제주 관광객 감소… 4년 만에 100만 명 이하로

지난달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가 4년 만에 100만 명 아래로 떨어지며 제주 관광업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제주도관광협회는 3일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 1월 제주를 방문한 내외국인 관광객이 98만1,521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05만4,690명) 대비 6.9%(7만3,169명) 감소한 수치다. 제주 방문객이 100만 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월(46만8,016명) 이후 처음이다.
특히 내국인 관광객이 대폭 감소한 것이 전체 관광객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외국인 관광객은 증가했으나, 내국인 방문객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1월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2만1,30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만1,143명)보다 19.9%(2만165명) 증가했다.
반면, 내국인 관광객은 86만213명으로 지난해 95만3,547명에서 9만3,334명(9.8%) 감소했다.
최근 3년간 1월 제주 방문객 수는 2022년 117만802명, 2023년 103만2,565명, 2024년 105만4,690명으로 꾸준히 100만 명을 넘겨왔으나, 올해 처음으로 100만 명을 밑돌았다.
이는 국제선 운항 증가와 중국 춘절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선 항공편이 줄어든 데다 긴 설 연휴로 인해 내국인들이 해외여행을 선호하면서 제주 방문객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해외여행이 제한됐던 영향으로 보복 소비 심리가 작용하면서 내국인들의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반해 제주도는 국내 관광지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매력을 잃었고, 항공편 감축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항공사들은 해외 여행 수요 증가에 따라 국제선 운항을 확대하는 반면, 제주 노선 일부를 감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항공사는 일본, 동남아, 미주 노선 등을 강화하면서 제주 노선 배정을 줄였으며, 저비용항공사(LCC)들도 국제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주행 항공편을 감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행 항공권 가격이 상승하고, 예약이 어려워지면서 내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해외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긴 설 연휴 역시 제주 방문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설 연휴는 최대 9일(대체공휴일 포함)로 길었으며, 이에 많은 여행객이 제주보다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며 해외여행 비용 부담이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반면, 제주도의 경우 성수기 대비 특별한 할인 행사나 프로모션이 부족했던 것도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제주도 관광업계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확대하며, 항공사와 협력해 국제선 직항 노선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내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항공사 및 숙박업체들과 협력하여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체험형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새로운 전략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편, 제주 관광객 감소가 지속될 경우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주도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관광업은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며, 특히 숙박업, 요식업, 렌터카 업계 등 관련 산업 전반에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관광업계는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내국인 관광객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제주도의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단순한 자연경관 관광을 넘어, 체험형 관광, 웰니스 관광, 프리미엄 관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주도는 앞으로 해외여행과의 경쟁 속에서 어떻게 관광 매력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00만 명 이하로 떨어진 관광객 수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제주도의 대응 전략이 주목된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