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월 08일(일)

헤르페스 바이러스, 알츠하이머 유발

헤르페스 바이러스
입술 포진을 유발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HSV-1에 감염되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1.8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출처-Freefik)

입술 포진을 일으키는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 1형(HSV-1)에 감염되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최대 1.8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이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대규모 인구 데이터를 통해 다시 확인된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과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 공동 연구진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미국 성인 50세 이상 34만4628명과 동일한 수의 대조군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0.44%가 입술 포진 원인인 HSV-1 감염 이력을 갖고 있었으며, 이는 대조군의 0.24%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여러 변수들을 통제한 후, HSV-1 감염자의 알츠하이머병 발병 가능성이 대조군보다 약 1.8배(80%) 높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는 입술 포진과 같은 구순포진 증상을 단순한 감염 질환으로 간주하기보다, 중장기적인 신경계 건강과 연관된 위험 요인으로 재인식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특히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HSV-1 감염 이력이 있는 총 2230명 중 931명은 항헤르페스 바이러스제를 투약받았으며, 이들은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약 17% 낮았다.

HSV-1은 피부 접촉이나 체액을 통한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로, 주로 49세 이하에서 감염되며 삼차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주기적으로 활성화된다.

이 바이러스는 구순포진을 비롯해 안구 질환, 드물게 수막뇌염까지 유발할 수 있다.

연구진은 HSV-1 감염이 뇌 염증 반응을 유도하며,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침착과 같은 알츠하이머병 병리 과정과 유사한 신경퇴행성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를 어떻게 직접적으로 연결하는지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한편 연구진은 HSV-1 외에도 단순포진 바이러스 2형(HSV-2),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 거대세포바이러스(CMV) 등 다른 헤르페스 계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분석을 진행했으며, 일부 바이러스 역시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BMJ 오픈(BMJ Open)’에 게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입술 포진을 포함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의 조기 치료와 예방이 치매 예방의 일환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배동현 (grace8366@sabanamedia.com)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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