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징메뉴 ,기후 위기 속 떠오르는 식자재 리스크 대응 전략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올해 식품업계의 주요 키워드로 ‘헤징메뉴(Hedging Menu)’가 주목받고 있다.
헤징메뉴는 식자재 공급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전략적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된 메뉴를 의미한다.
이는 경제 용어인 ‘헤징(hedging)’에서 유래했으며, 투자나 재정 관리를 통해 손실을 줄이는 개념을 음식 산업에 적용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가을 등장한 ‘토마토 없는 햄버거’가 있다.
당시 폭염으로 토마토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토마토를 줄이거나 제외한 채 제품을 판매해야 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조합의 버거를 개발하거나, 토마토를 포함하지 않은 기존 메뉴를 부각하는 전략이 필요해졌다.
롯데리아는 ‘나폴리맛피아 모짜렐라 버거’,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 ‘불고기 포텐 버거’ 등 토마토가 포함되지 않은 햄버거를 잇달아 출시했다.
맥도날드는 기존 ‘쿼터파운드치즈 버거’에 할라피뇨와 패티를 추가한 ‘치즈할라피뇨 더블쿼터파운더 치즈’를 내놓으며 토마토 없이도 맛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햄버거 외에도 다양한 업계에서 헤징메뉴 전략이 활용되고 있다.
초밥 전문점에서는 참치 수급이 어려울 경우 단골손님에게 연어초밥이나 대방어초밥을 추천하거나, 참치초밥을 제외한 세트 메뉴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대체한다.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은 소고기 가격 상승 시 닭고기나 돼지고기 메뉴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힌다.
카페에서는 원두 가격이 오를 때 커피값을 즉각 인상하기보다는 차(tea)나 논커피(non-coffee) 메뉴를 강화해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음료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그러나 헤징메뉴 전략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기존 메뉴에서 주요 식재료가 빠질 경우, 소비자 불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메뉴의 질이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하기 위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헤징메뉴로 새롭게 출시된 제품이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면 기존 고객이 다른 브랜드로 이탈할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대체 식재료를 사용하더라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중한 기획이 필수적이다.
헤징메뉴는 단순한 식자재 절약이 아닌, 기후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는 식품업계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