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월 16일(일)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논란…ABSTB 발행 강행 의혹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
(사진출처-위키백과)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통보받은 이후에도 유동화증권(ABSTB)을 발행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과 투자자들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알고도 투자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채권을 발행했다며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신영증권 등 관련 금융사들은 형사 고소를 검토하고 있으며,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2월 25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하락 예정 사실을 1차 통보받았다. 그러나 홈플러스 측은 27일 오후 5시에 최종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25일 통보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신영증권 등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채권 발행을 강행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ABSTB가 발행된 날짜와 신용등급 하락 통보일이 겹친다는 점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홈플러스 관련 특수목적법인(SPC)은 2월 25일 820억 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한 상태에서 투자자들에게 손실 위험이 있는 유동화증권을 판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ABSTB 발행 건은 이미 24일에 승인 및 약정이 완료된 것이며, 25일은 카드사에서 지급만 이루어진 날”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신용등급 하락은 기업과 협의 없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홈플러스 측도 사전에 이를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등급 조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기업과 수차례 의견을 교환하고 재무자료를 검토하는 절차가 있다”며, “홈플러스는 최소한 25일 이전부터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ABSTB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손실 우려에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BSTB를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하고 우선 변제를 요구했다.

ABSTB는 홈플러스가 매장에서 판매할 물품을 대량 구매하면서 발생하는 카드대금채권을 기반으로 발행된 증권이다.

신한·롯데·현대카드 등의 구매전용카드를 활용해 물품을 대량 구매한 뒤, 이를 담보로 SPC(특수목적법인)가 ABSTB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가 시작되면서 ABSTB의 원리금 상환은 중단됐다. 일반적으로 회생 절차에서 금융채권은 후순위로 밀려 변제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에 투자자들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을 인지한 상태에서 발행을 강행한 것은 명백한 기만 행위”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홈플러스 ABSTB의 전체 규모는 약 4,000억 원에 달하며, 이 중 3,000억 원 이상이 개인 및 법인 투자자들에게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투자자 피해가 현실화되면서 금융당국과 법조계가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홈플러스의 경영 구조와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장기간 적자 운영을 이어왔으며, 특히 지난해부터는 대형마트 산업 전반이 위축되면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홈플러스의 유동화증권 발행 방식이 고위험 금융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투자자 보호 대책이 부족했던 것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 ABSTB 투자자들의 항의에 대해 “현재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과 ABSTB 발행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금융당국의 조치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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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인(su2nee@sabanamedia.com)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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