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살해 유도…지적장애인 징역 15년 확정

경찰
(사진출처-픽사베이)

2023년 11월, 한 30대 지적장애인이 자신이 일하던 모텔 업주의 사주를 받아 80대 건물주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가스라이팅을 통한 심리적 지배와 교사범의 치밀한 계획이 얽힌 비극으로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건물주 A 씨는 영등포의 한 재개발 대상 지역의 빌딩 소유주였다. 사건의 발단은 모텔 업주 조 씨가 A 씨와 재개발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시작됐다.

조 씨는 A 씨에게 앙심을 품고, 모텔에서 일하던 김 씨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김 씨는 중증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으며, 가족에게 버림받은 뒤 떠돌다가 조 씨의 도움으로 모텔에 머물게 되었다.

조 씨는 김 씨를 경제적으로 착취하며, 마치 가족처럼 대해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었다. “나는 너의 아버지, 형 같은 존재”라는 말로 신뢰를 얻은 조 씨는 김 씨를 철저히 통제하기 시작했다.

조 씨는 김 씨에게 피해자 A 씨가 자신을 욕하고 비난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하며, A 씨에 대한 적대감을 심었다.

김 씨는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한 채 조 씨의 말만 믿고 따라갔다.

조 씨는 결국 김 씨에게 흉기를 구입하게 하고, 범행 전날 폐쇄회로(CC)TV의 방향을 돌리게 했다. 이어 “A 씨를 해치라”는 직접적인 명령을 내리며 살인을 지시했다.

사건 당일, 김 씨는 조 씨의 지시에 따라 A 씨를 찾아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범행은 잔혹하게 이루어졌고, A 씨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경찰은 사건 이후 현장에서 김 씨를 체포했다. 김 씨는 처음엔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조 씨가 범행을 교사한 사실이 밝혀졌다.

법원은 김 씨가 범죄를 직접 저질렀다는 점에서 엄중한 형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 씨가 스스로 범행을 계획한 것이 아니고, 조 씨의 지시에 따라 실행한 점을 감안해 교사범의 존재를 주요한 양형 사유로 고려했다.

이에 따라 1심과 2심 재판부는 김 씨에게 징역 15년과 보호관찰 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하며 이 형량을 확정지었다.

이 사건에서 조 씨는 김 씨를 마치 꼭두각시처럼 이용했다.

김 씨는 자신의 장애로 인해 사회적 의존도가 높았고, 조 씨는 이를 악용해 철저히 심리적 지배를 했다.

김 씨는 가건물에서 생활하며 장애인수급비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했지만, 조 씨는 이를 숙박비 명목으로 갈취하며 경제적 착취도 병행했다.

결국 조 씨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김 씨를 이용해 살인을 저지르게 만들었다.

조 씨 역시 법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살인 교사 혐의로 기소된 조 씨는 별도의 재판에서 2심까지 징역 27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조 씨의 범행이 계획적이고 치밀했으며, 취약한 사람을 이용한 점에서 죄질이 극히 나쁘다고 판단했다. 조 씨가 상고를 하지 않아 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폭력범죄를 넘어, 사회적 취약계층이 악용당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지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심리적 지배와 경제적 착취가 결합되면서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취약계층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범죄에 대한 처벌과 예방책 마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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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율 ([email protected])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