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월 10일(목)

740번 버스 기사와 승객들, 시각장애인 배려한 ‘따뜻한 정류장 50초’

지난달 21일 서울 740번 버스 기사 방승용씨가 시각장애인 승객이 안전하게 착석했는지 살피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740번 버스 기사 방승용씨가 시각장애인 승객이 안전하게 착석했는지 살피고 있다. (사진출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제공)

서울 한복판에서 평범한 시민들의 작은 배려가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교통 약자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나누고,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내준 이들의 모습은 아직 세상이 따뜻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2일 조합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올라온 사연을 바탕으로 미담 사례를 공개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740번 버스 기사 방승용(46)씨와 그날 버스를 함께 탄 승객들이었다.

사연은 지난달 21일 오후 5시경,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인근 정류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다소 붐비던 버스에 시각장애인 승객 한 분이 안내견과 함께 탑승했다.

빈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이 승객은 버스 중간 통로에 서서 손잡이를 붙잡고 있었다.

이를 본 방씨는 운전석에서 주변을 둘러본 뒤, 정중히 승객들에게 “혹시 자리 양보를 부탁드려도 될까요?”라고 요청했다.

그는 장애인의 신분을 직접 언급하는 것이 실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순간 한 여성 승객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시각장애인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방씨는 해당 승객이 안전하게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조심스레 버스를 출발 시켰다.

평소보다 약 50초 정도 지체 된 출발이었지만, 버스 안의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모두가 조용히 배려의 시간을 공유한 것이다.

칭찬 사연을 작성한 김모씨는 “기사님이 세심하게 살펴주시고 승객이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며 따뜻한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방씨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승객을 태운 적은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처음이었다”며 “교통 약자분들이 항상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이 더욱 발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빠르게 움직이고 바쁘게 돌아가지만, 그 안에서 잠시 멈춰 서로를 위한 배려를 실천하는 시민들이 있다.

이번 사연은 단지 교통 약자를 위한 친절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사람이 먼저’인 교통 문화의 작은 시작이자, 시민이 함께 만든 감동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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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인(su2nee@sabanamedia.com)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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