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앞두고 독감 확산…혈액 수급 위기에 ‘적신호’
한파로 헌혈자가 줄어든 가운데 최근 독감 환자 급증까지 겹치면서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설 연휴를 앞두고 헌혈 부족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혈액 보유량(적혈구제제)은 2만8747유닛으로, 일평균 혈액 소요량(5027유닛)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5.7일분에 해당한다.
이는 적정 혈액 보유량인 5일분을 웃도는 수준이지만, 이달 1일 집계됐던 9.5일분에서 보름 만에 빠르게 줄어들며 수급 불안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AB형은 3.9일, A형은 4.7일로 이미 적정량을 밑돌고 있다.
지역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부산혈액원에 따르면 부산지역 혈액 보유량은 AB형이 2.8일분에 불과하며, A형(4.6일)과 O형(4.1일)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B형만 비교적 안정적인 8일분을 기록했지만, 전체적으로 혈액 부족 우려는 확산되고 있다.
겨울철은 본래 헌혈자가 감소하는 시기다. 한파로 인해 헌혈의 집 방문이 줄어들고, 학교 방학으로 단체 헌혈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독감 환자가 급증하면서 혈액 수급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혈액원은 독감 확진자 뿐 아니라 유사 증상을 보이는 사람의 헌혈도 금지하고 있으며, 독감 감염 후 완치 판정을 받은 경우에도 한 달이 지나야 헌혈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헌혈 가능 인원이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기준 전국적으로 외래 환자 1000명당 독감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86.1명에 달한다.
이는 2016년 이후 최다 수준을 기록했으나, 1주 전(99.8명)보다는 줄어들어 정점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헌혈 수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산혈액원 관계자는 “독감 유행으로 최근 2주 동안 혈액 보유량이 예년보다 훨씬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설 연휴 기간 동안 헌혈자가 더 줄어들어 연휴 직후에는 혈액 보유량이 사흘 치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혈액 보유량이 사흘 미만일 경우 ‘주의’ 단계로 분류되며, 이는 의료기관에서 긴급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혈액 공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을 의미한다.
혈액 부족 문제는 단기적인 헌혈 장려뿐 아니라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고 혈액 관리 당국과 헌혈 참여자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이소율 ([email protected])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