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교대 중 낮 식사만 하면 혈압·혈전 위험도 개선

심혈관 질환(CVD)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야간 교대 근무. 하지만 야간 근무 중에도 밤에는 식사를 하지 않고 낮에만 먹는 식사 습관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 의대 브리검 여성병원 프랭크 시어 교수 연구팀은 젊고 건강한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야간 근무를 모방한 환경에서 식사 시간의 차이에 따른 심혈관 지표 변화를 측정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9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야간 근무를 하더라도 식사를 낮 시간에만 하도록 조절한 그룹은 심혈관 질환 위험 요소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낮과 밤 모두 식사한 그룹은 야간 근무 이후 혈압 상승, 혈전 유발물질 증가 등 주요 위험 인자가 악화되는 결과를 보였다.
야간 교대 근무는 그 자체로도 관상동맥 심장질환(CHD) 등의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근본 원인 중 하나가 수면 부족이 아닌 ‘식사 시간의 불일치’일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롭게 조명됐다.
참가자들은 일주일 이상 외부 시간을 알 수 없는 연구 환경에 머물며 모의 야간 교대 근무에 참여했다.
일부는 밤에도 식사를 했고, 일부는 하루 3끼 모두 낮 시간에만 섭취하도록 식사 시간을 제한했다. 이후 자율신경계 반응, 혈압, 혈전 관련 물질(PAI-1) 등을 측정해 심혈관 위험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밤에도 식사한 그룹은 심혈관 위험 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됐지만, 낮에만 식사한 그룹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연구팀은 “주간과 야간 식사의 장기적 영향을 알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 결과는 식사 시간 조절을 통해 야간 근무자들의 건강을 개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야간 시간대 식사를 피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야간 근무자나 불면증·수면-각성 장애를 겪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문 제1저자인 새러 첼라파 교수는 “이 연구는 모든 요인을 통제했기 때문에 두 그룹의 야근 후 심혈관 위험 요소 차이는 수면 시간이나 식사 자체보다 식사 시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프랭크 시어 교수는 “야간 근무나 시차 등 일주기 불일치가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며 “이 연구에서 음식 섭취 시기가 교대 근무 관련 심혈관 질환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불면증이나 수면-각성 주기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도 식사 시간 조절을 활용한 건강 개선 가능성을 제시하는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배동현 (grace8366@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