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동물은 훌륭하다’, 도살업자 미화 논란 사과… “제작진 입장 유감 표명”

KBS 예능 프로그램 ‘동물은 훌륭하다’가 ‘구포 오선이 납치 사건’을 다룬 방송 내용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제작진은 해당 방송이 원래 프로그램의 취지와 어긋난 점을 인정하며, 피해자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KBS ‘동물은 훌륭하다’ 측은 지난 4일 공식 홈페이지에 ‘반려견 목욕탕의 특별한 사연’ 방송과 관련한 공지를 게재했다.
해당 방송은 지난해 11월 23일 방영된 에피소드로, 반려견 목욕탕을 운영하는 한 출연자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제작진은 해당 사연을 통해 “식용견으로 알고 도살했지만, 이후 납치된 반려견임을 알고 죄책감을 느껴 업종을 변경했다”는 출연자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 방송이 나간 직후 동물보호 단체를 비롯한 시청자들의 비판이 쇄도했다.
특히 동물자유연대는 “반려견 납치 및 도살 사건의 가해자를 조명하며 미화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구포 오선이 납치 사건’은 2018년 부산 구포 개시장 내에서 발생한 동물학대 사건으로, 반려견 오선이가 납치되어 도살된 충격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피해 견주의 증언에 따르면, 오선이는 실종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개시장으로 옮겨졌고, 구조되기도 전에 잔혹하게 희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방송에서는 이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개시장 운영자가 이를 계기로 개식용을 그만두고 반려견 목욕탕 사업으로 전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이 “명백한 동물 학대를 저지른 가해자의 반성을 조명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피해 견주와 동물보호 단체들은 “납치된 반려견의 주인은 여전히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며 “이러한 방식의 접근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해당 방송을 삭제하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제작진은 “당시 방송된 내용이 피해자에게 심적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현재 해당 영상을 삭제한 상태이며, 피해 견주분께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출연자 선정과 방송 기획 과정에서 더욱 신중한 검토를 거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단순히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KBS의 후속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피해 견주와 동물보호 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려동물 관련 프로그램들이 보다 신중한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은 훌륭하다’는 2019년부터 방영된 ‘개는 훌륭하다’의 리뉴얼 버전으로, 반려동물 문화 전반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개통령으로 불렸던 강형욱이 하차한 이후 개편된 포맷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를 조명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인해 프로그램의 기획 방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S 측은 향후 반려동물 관련 콘텐츠 제작 시 동물 학대 및 논란이 될 수 있는 요소에 대해 더욱 철저한 검토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후속 조치와 개선된 방송 기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