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 산(山)’ 손가락 욕설 논란…MBC 드라마 법정 제재 결정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이 수어 희화화 논란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법정 제재를 받았다.
방심위는 2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해당 드라마에 대해 ‘주의’ 처분을 의결했다.
이는 방송 중 부적절한 장면으로 청각 장애인을 비롯한 시청자들에게 불편을 끼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제가 된 장면은 지난해 11월 22일 방영된 ‘지금 거신 전화는’ 1화에서 등장했다.
극 중 주인공이 수어 통역사로 등장하며 ‘산’을 뜻하는 수어를 표현하는 장면에서, 앵커 역할을 맡은 인물이 “엿 제대로 먹여줬네요. 아니, 뫼 산”이라는 대사를 하며 가운뎃손가락을 펼치는 동작을 보였다.
이 장면은 수어를 희화화하고 농인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MBC는 논란이 확산되자 공식 입장을 통해 “수어를 부적절하게 다뤄 농인들과 한국 수어를 희화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수어를 다루는 데 있어 건전하지 않은 의도가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 드라마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제작에 임해왔다”고 해명하며 제작 의도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려 했다.
방심위 위원들은 이 장면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위원들은 “일반 시청자들에게 욕설로 보일 수밖에 없는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진의 사려 깊지 못한 제작 방식이 청각 장애인들에게 의사소통의 유일한 수단인 수어를 희화화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방송 콘텐츠는 소수자를 배려하며 제작되어야 한다”며 제작진의 책임을 강조했다.
한편, 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채수빈은 종영 후 인터뷰에서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인데 소통의 오류가 생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더 세밀하게 예민하게 접근했어야 했다는 점에서 마음이 무겁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번 방심위의 제재 결정은 단순히 방송 콘텐츠의 적합성을 넘어서,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방송 콘텐츠가 다양한 시청층의 감수성을 고려하며 제작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례로, 향후 방송 제작 환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MBC의 ‘지금 거신 전화는’은 방송 초기부터 흥미로운 소재와 탄탄한 배우진으로 주목받았지만, 이번 논란과 제재로 인해 드라마의 평가가 다소 손상되었다.
방심위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방송업계 전반이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소율 ([email protected])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