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월 16일(일)

MBC 전 기상캐스터들 ‘괴롭힘’ 폭로… 동료들은 침묵

오요안나
(사진출처-오요안나 SNS)

MBC 기상캐스터 故오요안나가 생전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전직 기상캐스터들은 고인을 위로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들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MBC 기상캐스터 출신 배수연은 2월 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마음이 너무나도 아프다.
MBC 그것도 내가 몸담았던 기상팀에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정말 무슨 말을 꺼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들려오는 소식에 그저 참담할 뿐”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또한 “내가 MBC를 나오던 그때도 그랬다. 그들의 기준에서 한낱 프리랜서 기상캐스터였던 나의 목소리는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일과 일터였지만, 그때 그곳의 이면을 확실히 알게 됐다”며 故오요안나의 고통에 공감했다.

기상캐스터 출신 박은지 역시 지난 1일 고인의 유서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한 후 “MBC 기상캐스터 출신으로서 너무 마음이 무겁다. 본 적 없는 후배지만 지금쯤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며 애도를 표했다.

이어 “언니도 7년이라는 모진 세월을 참고 또 참고 버텨봐서 안다. 그 고통이 얼마나 무섭고 외로운지”라고 말했다.

박은지는 “도움이 되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뿌리 깊은 직장 내 괴롭힘 문화, 이제는 끝까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조직 문화 개선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부 인물들은 논란이 되는 반응을 보이며 비판을 받고 있다.

기상캐스터 출신 쇼호스트 이문정은 “뭐든 양쪽 이야기를 다 듣고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한쪽 이야기만 듣고 극단으로 몰아가는 사회.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발언은 따돌림 가해자로 지목된 이현승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이문정은 “제가 올렸던 글은 오요안나 씨와 관련 없는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저 또한 전 직장 후배의 일이라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직 기상캐스터들이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반면, 정작 고인과 함께 일한 동료들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박하명, 최아리, 이현승, 김가영 등은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평소와 다름없이 날씨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논란이 확산되면서 MBC 측은 날씨 뉴스 클립의 댓글 창을 차단한 상태다. 故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2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근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매일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유서에는 특정 기상캐스터 두 명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유족 측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인의 동료 직원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MBC는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실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민원을 확인하고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번 사건은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MBC 기상팀 내에서 벌어진 괴롭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방송국 내 조직 문화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도 MBC 측이나 해당 기상캐스터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여론의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른기사보기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