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정보 유출 의혹…계좌서 5000만원 빠져나가

SK텔레콤 유심(USIM) 정보 유출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부산에서 SKT 가입자의 유심 정보가 탈취된 뒤 알뜰폰이 개통되고 계좌에서 수천만 원이 빠져나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9일 발생한 SKT 유심 정보 유출 사고 이후 실제 금전 피해가 확인된 첫 사례로, 피해자 A씨는 경찰에 신고하고 은행에 지급 정지를 요청했다.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60대 남성 A씨는 지난 22일 갑자기 본인의 SKT 휴대전화가 먹통이 된 것을 확인하고 통신사를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A씨 명의의 또 다른 휴대전화가 KT 알뜰폰을 통해 개통돼 기존 휴대전화가 정지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어 A씨 명의 계좌에서는 1000만원씩 5차례에 걸쳐 총 5000만원이 타인의 계좌로 이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경찰은 A씨 명의 휴대전화의 개통 경위와 계좌 이체 과정을 포함해 SKT 유심 정보 유출 사건과의 연관성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28일) 오전 사건을 배당받았다. A씨 명의 휴대전화 개통 및 계좌 이체경위와, 이 사건이 SKT 유심 정보 유출과 관련이 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SKT 유심 정보 유출 사고 이후 유출된 개인정보가 실제 금융사기 등 2차 피해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SKT 측은 “조심스럽지만 이번 정보 유출과 관련성은 낮아 보인다”며 “정보 유출로 인한 악용 사례는 아직 인지된 사실이 전혀 없으며, 해당 건 역시 이번 해킹 건과 관련된 사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관계 당국으로부터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 거래까지 일어나려면 주민등록번호와 인증 관련 민감 정보들이 필요한데, 이번 해킹을 통해 이런 정보들이 유출된 사실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IT 업계와 소비자단체는 유심 정보 유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대응 부족을 비판하고 있다.
피해 소비자들은 자체적으로 ‘SKT 유심 해킹 공동대응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통신사 대응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으로 유출된 정보는 휴대전화 번호 인증을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금융,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중대한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SK텔레콤의 대응은 매우 미흡하다”며 경각심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해 가입자 2500만명 규모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정확한 피해 규모는 조사 중이다.
경찰과 금융당국의 수사 결과에 따라 향후 대응책과 피해 확산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배동현 (grace8366@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