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발목 잡는 법원 판결?… 노조 불법 점거 면죄부 논란

최근 법원이 노조의 불법적인 생산시설 점거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면서,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기업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법원의 판결이 노조의 변칙적 불법 행위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6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부산고등법원 민사2-2부는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4건의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2012년 8월부터 12월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약 994분 동안 울산공장 의장라인 등을 불법 점거해 조업을 중단 시켰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생산 차질과 피해 복구 비용, 인건비, 보험료 등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법원은 노조의 불법 점거로 인한 피해가 추가 생산을 통해 만회 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지 않았다.
이에 재계는 노조가 변칙적 불법 행위를 저질러도 법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일 부산고법 민사6부도 2012년 8월 현대차 울산 공장 의장 라인 등을 불법 점거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및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재계는 이러한 판결이 기업들에게 큰 부담을 안길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로 인해 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법원이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법행위 가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법원의 이번 판결은 과거 형사재판에서 불법 점거 조합원들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던 것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법적 불일치 논란도 일고 있다.
과거 현대차 하청지회의 불법 점거 사건에 가담한 조합원들은 2014년 울산지법에서 형사 재판을 받아 주동자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주요 가담자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나머지 조합원들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또는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이 판결은 2015년 부산고법에서도 유죄로 확정됐다.
이뿐만 아니라, 1심과 2심 민사 재판에서도 현대차의 손실 발생이 인정돼, 하청지회는 사건별로 5000만 원에서 2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에서는 법원이 입장을 바꿔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면서 형사와 민사 판결 간의 불일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재계는 이러한 판결이 반복되면 기업들이 노조의 불법 행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노조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법원의 면죄부가 기업 경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공급망 불안정으로 해외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법적 리스크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명확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노사 간의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노동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원과 정부가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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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인(su2nee@sabanamedia.com) 기사제보